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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종 차별?…“美 육군은 수염 기르면 안돼”[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종교적 이유로 수염을 기르는 경우만 허용

美육군 “수염 금지규정 방독면 밀착 방해”

영국·독일 등 유럽, 면도 의무 없애는 추세

2017년 미군 내 시크교도 군인들의 면도 의무 규정 철폐에 나섰던 심라트팔 싱 소령의 모습. 시크교에서는 남성들이 머리카락과 수염을 자르지 않는 교리를 지켜오고 있다. 사진 제공-미 육군




미국 국방부가 수염을 깎지 않는 병사들을 군에서 퇴출하겠다고 밝혀 미군 안팎으로 시끄럽다.

그동안 종교적 또는 건강상 이유로 면도 의무를 면제 받은 수만 명의 병사들이 반발하면서 종교 및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육군은 일정 기간 내에 수염을 깨끗이 깎아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장병은 군을 떠나도록 지침을 강화했다. 이와 관련 미 육군은 “종교적 이유로 국방부로부터 면도 의무를 면제받은 병사들을 제외한 모든 병사들이 수염을 정리해야 한다”며 “이번 개정은 규율을 중시하는 군 문화를 강화하는 것으로 규율이 곧 준비 태세”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규제 강화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신체적 적합성과 체형, 면도 등과 관련해 군의 규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미 해병대도 지난 3월 면도 규제 강화했는데, 면도 의무 규정 강화 조치가 미군 전체로 확대 적용되는 모습이다.

종교적 측면에서 가장 먼저 반발이 나왔다. 시크교협회(Sikh Coalition)는 최근 미 육군이 향후 2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면도 의무 규정을 지키지 않은 장병을 군에서 퇴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미 육군의 면도 의무에서 종교적 사유를 예외로 인정한다 해도 시크교를 믿는 군인들은 면제 승인서를 계속 가지고 다니고 감시받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협회는 미국에 거주하는 인도 시크교도들이 받는 종교적 불이익을 막기 위해 2001년 설립됐다.

흑인 남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군 내 흑인 장병 중 약 45%가 가성모낭염(PFB) 질환을 갖고 있어 미군 내 약 4만 명이 의료적인 이유로 면도를 면제 받고 있다. PFB는 면도 후 수염이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 염증과 피부변색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주로 흑인남성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미국 국경순찰대 병사들이 방독면을 쓰고 불법체류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백인 장병의 경우는 3% 정도로, 현재 미 육군과 예비군, 주방위군에서 4만명 정도가 의료적 이유로 면도를 면제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은 이번 개정을 통해 가성모낭염으로 면도를 면제받을 수 있었던 장병들도 수염을 깎게 된 것이다. 단지 종교적 이유로 수염을 기르는 경우 등만 예외적으로 면제가 허용된다.

20년 넘게 미 육군에서 복무한 피부과 의사인 실번 소던 박사는 NYT와 인터뷰에서 “PFB는 곱슬머리를 가진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며 피부 안쪽으로 파고드는 내성 턱수염 때문에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이런 사람들은 수염을 완전히 밀지 말고 짧게 남겨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PFB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레이저 시술을 받아야 하지만, 병사 1인당 수만 달러의 수술비가 필요하다. NYT는 면도 의무 규정 강화가 군대 내 인종·종교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국방부가 면도 의무 규정을 만든 배경에는 수염이 작전 중 방독면 착용에 방해가 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방독면은 입술 및 안면 피부와 완전히 밀착돼야 독성물질 유입을 막을 수 있는데 콧수염과 턱수염이 긴 경우에는 밀착도가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방독면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면도 면제 여부와 관계없이 미군 지휘관은 대원들에게 면도를 요구할 수 있다.

미 군사전문매체인 밀리터리닷컴은 “미군의 방독면 마스크 사용 지침에서는 수염이 계속 자랄 경우 군이 보유 중인 방독면 마스크의 보호력이 지속 저하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수염 난 사람에게도 적절한 보호 기능을 제공하고 현장 조건에 맞게 유지 관리가 가능한 마스크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달리 유럽 국가들은 군인들의 면도 의무 규정을 없애는 추세다. BBC에 따르면 영국 육군은 지난해 모병 촉진을 목적으로 군인들의 수염 금지 규정을 폐지했다. 인도 시크교, 이슬람교도 군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독일과 벨기에, 덴마크, 캐나다 등도 수염을 기를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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