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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장관 퇴임…“치열하게 갈등하며 경쟁하고…안주하지 말자”<전문>

30일 두 번째 문체부 장관 임기 마무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년 9개월간의 장관 업무를 마무리하고 30일 퇴임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8년 2월부터 2011년 1월까지의 첫 번째 문체부 장관 임기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 장관 임기를 마친 것이다. 합친 임기는 4년 9개월이나 된다.

유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두 번이나 장관으로서 영광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안주하지 말자’라는 마지막 부탁을 드리고 싶다”면서 “끊임없이 치열하게 갈등하고 경쟁하며 일들을 만들어 가라”고 당부했다.

지난 1971년 연극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유 장관은 퇴임 후에도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이임사 전문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임사 전문>

사랑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가족 여러분! 이 자리에 서니, 2023년 10월 취임하면서 단상에서 내려오던 장면부터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2008년 2월 첫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 다시 한번 더 만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약 4년 9개월의 시간을 우리는 함께, 이게 정말 중요한 거에요, 함께 정말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새로운 길을 만들고, 더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꿈! 그 시작의 두근거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던 그 치열함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과정과 순간이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여러분 덕분입니다. 여러 손을 거쳐 완성된 보고서, 발로 뛰며 현장을 누빈 결과가 우리 문화, 예술, 체육, 관광을 키워 왔다고 확신합니다.

2008년 첫 재임 시절, 우리 문화는 이미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제도적 기틀, 문화적 기반이 약해 높이 날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작권, 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해 법·제도를 정비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등 문화예술계에 부족한 문화기반을 확충했습니다.

문화바우처, 예술꽃 씨앗학교, 꿈의 오케스트라처럼, 소외된 계층과 지역에 문화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한국어, 태권도 등 우리 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외래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열기 위한 숙박대책, 마이스 등 고부가 관광 육성에도 힘을 기울였습니다.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배치, 국민체육시설 확충 등 일상 속 스포츠 활동도 뒷받침했습니다.

12년이 지나 다시 문체부로 돌아왔을 때,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뿌려둔 씨앗들이 바람에 흩날려 사라지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뿐만 아니라, 클래식, 무용, 문학 등 우리 문화는 세계 무대의 중심에 우뚝 서 있었습니다. 우리 국민의 삶 속에서 문화, 여행, 스포츠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은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시대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눈앞에 쌓여 있었습니다. 다시, 현장 속으로 갔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질문하고, 또 답을 구했습니다. 한류 선두 주자인 K콘텐츠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콘텐츠산업 진흥계획을 다시 수립했고 영상, 게임, 만화·웹툰, 애니메이션 등 핵심 분야별로 집중 육성하고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그 결과, 콘텐츠산업은 역대 최고 매출액 154조 2000억 원, 2023년 기준입니다, 수출액 133억 4000만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한류가 연관산업과 동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기틀이 된 ‘한류산업진흥 기본법’도 제정했습니다.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코리아시즌을 열어 우리 예술과 전통문화, 생활문화 등을 세계인들에게 선보였으며 뉴욕에서는 코리아센터를 설립하고, 오사카에서는 한국문화원을 재개관했습니다. 동시에 일본,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캐나다 등 여러 국가와의 문화교류 협력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저작권 분야에서도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 대책’ 발표와 국내외 공조 수사 등을 통해 국내 최대 규모 저작권 침해사이트인 ‘누누티비’ 운영자를 검거하는 노력 등으로 12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일궈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예술인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문화예술지원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했습니다. 지역 대표 예술단체와 예술축제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아트코리아랩, 모두예술극장, 모두미술공간 등을 개관하고, 남산공연예술벨트, 당인리문화창작발전소, 국립한국문학관 등 예술인의 창작공간을 조성하는 데도 박차를 가했습니다. 청년 예술인이 마음껏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국립예술단체 청년교육단원과 국립청년예술단도 신설했습니다. 청년문화예술패스 도입, 통합문화이용권과 스포츠강좌이용권 확대 등 우리 국민의 문화 향유 지원도 확대했습니다.

지역 고유의 매력적인 문화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대한민국 문화도시’와 ‘로컬100’을 선정했고, ‘여행가는 달’ 등 국내관광 캠페인을 통해 가고 싶은 지역을 만들었습니다.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파리올림픽에서 종합 8위를 달성했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체육계의 낡은 관행을 개선하고 선수 인권을 보호하며 체육단체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23~2024 한국 방문의 해’를 맞이해 K뷰티, 패션 등을 새로운 방한 관광 매력으로 만들고, ‘K관광 로드쇼’ 등으로 세계에 한국 관광을 알렸습니다. 전자여행허가제(K-ETA) 한시 면제 등 방한 외래객의 출입국 편의도 개선해 2024년에는 코로나 이전 역대 최고 방한객의 94% 수준인 방한객 총 1637만 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통 사찰 등 전통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종교계가 생명 존중 등 사회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여기부터가 중요합니다. 이는 결코 어느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모두, 우리 모두가 이루어낸 아름다운 성과입니다. 저는 단지 여러분이 맘껏 일할 수 있도록 앞에서 이끌어주고, 곁에서 믿어주었을 뿐입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수고가 이 나라의 문화 지형을 바꾸었고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저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 돌아갑니다. 이 자리를 떠난다고 해서 제가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 문체부를 아끼는 마음도 내려놓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문화는 모든 이에게 즐거움과 위로,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을 놓지 마십시오. 정책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부처, 그런 문체부로 성장해 나가길 바랍니다.



이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러분이 걸어가는 길을 응원하겠습니다. 저는 두 번이나 장관으로서 영광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 5월 교황님 영결식 및 즉위 미사에 정부의 경축사절단 대표로 참석해 큰 영광을 누렸고 ‘지금은 사랑할 때다’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여러분께도 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여기까지입니다. (박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직원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


(평소에는 건너뛰는 이렇게 준비된 글<이임사>를) 이번에 제가 한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던 것은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일을 했나 확인해봐야겠다는 의도 때문이에요. 그동안 각자 실·국에서 어떤 일은 했나 말이죠. 저도 이것을 읽어보면서 정말 많은 일을 했다, 이렇게 진짜 잘 써 놓은 것처럼, 여러분이 한일이다, 이게 제가 한 것이 아니잖아요. 사실 주무관들, 사무관님들, 과장님들, 국장님들, 실장님들, 차관님이 한 일이죠.

그런 모든 것들이, 여러분들이 정말, 1년 9개월인데, 사실은 올해 1월부터, 작년 12월초부터라고 해야겠죠. 지금까지, 이 시간은 일들의 진도가 못 나가서, 굉장히 많이, 거의 7개월이라는 시간인데, 참 안타깝긴 했지만, 그래도 그 짧은 시간 안에 정말 여러분들이 진정성을 갖고 뛰어준 결과라고 생각해요.

정말 많은 일을 했어요, 짧은 시간 안에. 그리고 앞으로 그렇게 시작된 일로 새로운 결과물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굉장히, 보람을 찾아도 좋겠다. 체육계는 정말 성공했잖아요, 작년에. 여러가지로, 정책도 그렇고. 새롭게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라, 후배 직원들이 많이 노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부연을 하면, 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여러분이 공감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평생을 말하자면 이런 길을 가야 되겠다고 결정하고 선택한 다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안주한 적이 없어요. 항상 치열하게 충돌하고 갈등하고 경쟁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지금까지 삶을 살아왔다고 저는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일하고 있는, 우리 직업은 공무원이지만, 실제 문체부 직원들은 어찌보면 창의적 일을 하는 예술가 역할이 반, 그리고 반은 행정적 역할 하는 공무원 반, 이것이 끊임없이 넘나들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제가 다른 부처와는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의미에요. 여러분이 평생 같은 일만 계속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거기서 기획을 하고. 제가 2008년에 이야기할 때는, 그때는 제가 잘 몰랐기 때문에 사실은, 경험도 없었고. 당시 밖에서 일할 때 뭐라고 했냐면 ‘공무원은 기획 못한다, 기획할 수 없다, 기획하는 순간 망한다’고 대놓고 말한 적도 있어요.

현실이 그랬기 때문이죠. 공무원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추진하다 보면 거기에 연관된 사람들의 여러가지의, 다 박수치는 것만 아니잖아요. 거기에서 소원 수리도 하고 탄원도 하고 고소 고발도 하고, 수도 없이. 정말 좋은 아이디어로 창의적인 생각으로 기획하더라도, 결과물에 있어서 예전에는 실망도 많이 하고 실패도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안 하겠다 생각도 하게 되죠.

어쩌면 그것은 다른 부처보다 문체부에 더 갈등의 요소가 있다는 말이에요. 저 입장에서는 여러분들이 그런 갈등을 겪지 않도록 어떻게든지 여건을 만들어야 겠다, 이것이 저에게는, 그동안 이런 설명을 구체적으로 안했지만, 왜냐하면 제가 많이 경험했고 현장에서 많이 느꼈기 때문에.

여러분이 기획할 수 있는 공무원이 돼야 한다. 문체부, 다른 부처가 아니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우리 국장님, 차관님, 장관이 필요한 것이다, 말하자면요.

끊임없이 창의적 기획자로 문체부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결국 문체부 자체도 정체된 것이죠. 사실은, 가만 생각해 보세요, 우리 K컬처가 어떻게 이렇게 됐나. 어느새 자고 일어났더니 전세계에서, 예를 들면 케이데몬헌터스, 그런 애니메이션 하나로 지금 오히려 생기는 부가가치로 얼마나 많은 경제효과를 누리나. 이것이 그냥 생긴 일이 아니라, 그동안에 우리가 다 쌓아온 결과물의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성공하는 케이스는 그런 하나밖에 없다는 거에요. 하나 성공하기 위해 많이 실패한 것이죠. 그래서 하나가 남아서 우리가 번영하는 것이다, 저는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모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민간에서 그런 모험을 하기 때문에, 이런 것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것이죠. 저는 ‘우리는 안주하지 말자’라는 마지막 부탁을 드리고 싶어요. 끊임없이 갈등하세요, 충돌하고 마찰하면서 새로운 일이 생기는 것이고.

선택될 수밖에 없어요. 여러분도 누군가에 의해 선택될 수 밖에 없다, 여러분이 기획한 것, 정책, 우리가 해 놓은 것들이 선택되도록 치열하게 경쟁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경쟁이 없어지면 창의적인 발전이 어렵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그동안 편안하게 산 것 같지만, 월급 받고 산 것은 딱 이번 공무원 생활 밖에 없다, 그전에 월급이라고 받은 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작품 하다가 어느날 작품 떨어지고 안되면 수익이 없어지는 거 아네요.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정말 살아남기 위한 고민, 또다른 일거리를 찾기 위한 나에 대한 어떤 질책이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앞으로 가는 것이에요.

한 번도 안주하려는 생각도 없고. 어떤 단체 등에 들어가서 편안하게 월급 받고 해볼까 한 적도 없어요. 우리는 현장에서 치열하게, ‘어떤 누구든지 와라. 나하고 경쟁해서 싸워 이겨라, 내가 경쟁에서 이기겠다’며 싸우며 살아왔고 지금도 아직도 그런 성격이 버려지지 않아요. 제가 국민의 한 사람의 돌아가지만 또 치열하게 싸우려 하는 것이죠.

물론 지금은 옛날처럼 먹고살기 위한 싸움은 힘들어요. 왜냐하면 어른이 됐기 때문에. 저처럼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일이 없어진다면 그건 안돼요. 저는 이런 분야에서 나름대로 어른 노릇을 해왔다면 해 온 것인데, 그것은 옳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경쟁하고 선택 받을 수 있는 방향이 옛날과는 달라졌어요. 예전에서 나 자신을 위해서 했다면 이제는 우리 분야를 위해, 우리 업계를 위해, 또한 이렇게 여러분들의 일이 잘 선택되고 존경받을 수 있도록 그렇게 저도 치열하게 살 겁니다. 항상 여러분 잘 되기를 응원하고 박수치겠습니다. (박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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