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태풍 속에 우리 기업들이 떨고 있는데 정부·여당은 되레 법인세 등의 세금 부담을 더 늘리려 하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세제 개편안 당정협의를 갖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25%로 올리기로 했다. 또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되돌린다. 여권은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 탓에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기업 증세 정책을 통해 7조 5000억 원 규모의 세수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세수 결손은 주로 기업 실적 악화 때문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은 2014년 25.2%에서 2024년 23.9%로 낮아졌다. 반면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방세까지 합쳐 24.2%에서 26.4%로 올랐다. 여기서 법인세율을 더 높이면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 관세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조선업 등의 기술이전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정부가 증세 모래주머니까지 채우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더구나 주식 양도세 과세 강화 조치를 취해 ‘큰손’들이 세금 회피 목적으로 연말쯤 주식을 대거 처분할 경우 증시 불안정성을 키워 투자자들의 한국 기피 심리를 부채질할 수 있다.
당정은 확장 재정 정책을 펴기 위해 증세를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대기업·부자 증세를 통해 선심성 공약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야권에서는 “가뜩이나 힘든 기업들의 목에 빨대를 꽂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치 자료에서 2025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8%로 낮췄다. 증세 부담으로 기업들의 투자·고용이 위축되면 경제 활력과 성장이 저하돼 다시 세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직면할 수 있다. 당정은 단기적인 세수 확보를 위해 기업 증세를 밀어붙이기보다는 규제 혁파와 기술 혁신 지원 등으로 성장 동력을 점화해 중장기적으로 세수를 늘려가는 선순환 구조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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