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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알의 무게

이경





태풍이 산을 부수고 지나갔다

길이 파묻히고

사람의 집들이 쓸려갔다

영월군 무릉도원면 운학리 머위밭

산초나무 가시 위에 엉성하게 얹힌 새둥지

산새 알 하나



깨지지 않았다 깨지지 않았다

아직 깨지면 안 된다고

더 기다려야 한다고

알의 무게가 태풍을 눌렀다

까치집을 보면 그해 태풍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출입문을 남으로 내면 가볍게 지나가고, 북으로 내면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까치가 집을 지은 나무는 쉬 쓰러지지 않는다. 새끼를 품을 어미 까치가 갸웃갸웃 꼼꼼하게 안전진단을 한다는 것이다. 까치집 나뭇가지 중에는 ‘역류목’이 있다고도 믿었다. 어미가 꽂아 놓은 특별한 가지 하나가, 둥지가 물에 떨어지더라도 떠내려가지 않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영월의 산새 알 하나가 태풍을 눌렀다는 말을 믿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최근 기록적인 폭우가 그치자마자 잠자리 떼가 태연하게 나는 걸 보고 발길을 멈춘 적 있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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