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역대 처음으로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산재 사망 사고 기업에 대한 고액의 징벌적 배상 제도 도입과 대출 규제 및 전담팀 구성도 지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서는 “산재 사망 사고에 직을 걸라”며 대통령 본인이 직접 사업장 불시 점검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데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며 각 부처에 제도 개선을 당부했다. 이날 예정에 없었던 국무회의 생중계도 이 대통령이 “중대재해 근절 대책은 국민에게 알려야 할 사안”이라 했다고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전했다.
1시간여 넘게 생방송된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한 업체의 사망 사고를 특정하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해당 업체에)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거론한 업체는 포스코이앤씨다. 반복된 현장 근로자 사망 사고로 올 5월 고용부 현장 감독까지 받았지만 두 달여 만에 또다시 사고가 발생해 올해만 4차례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포스코이앤씨는 국무회의 직후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앞서 27일에는 SPC가 이 대통령의 SPC삼립 시화공장 방문 이틀 만에 사망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야간근로를 없애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올해가 산재 사망 근절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며 “형사처벌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징벌 배상을 검토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그러면서 “고액 과징금이라든지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기업들이) 실제 예방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미비로 적발될 경우 과태료가 최소 5만 원에서 5000만 원인 점을 개탄하며 산안법의 맹점을 강하게 지적했다”고 전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대부분 집유 정도로 끝나는 데다 실제 이익은 회장이 보는데 책임은 사장이 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김 장관은 “실효성 제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전담팀도 지시했다. 그는 “전문성, 수사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와 대출 부문에 불이익도 요청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중대 사고가 나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상습적으로 발생하면 여러 차례 공시해서 주가가 폭락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이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고용부는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는 생각으로 임할 것을 요청했고 고용부 장관은 산재를 줄이는 데 직을 걸겠다고 답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기대했던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언급은 없이 전략적 침묵을 지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책의 우선순위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상호관세 부과 시점에 일의 경중을 따져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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