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서 현직 사제가 교회에 재산을 기부한 민간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폴란드 PAP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 수사당국은 살인 혐의를 받는 가톨릭 신부 미로스와프 M(60)을 붙잡았다.
이 신부는 이달 24일 68세 남성 피해자를 도끼로 내리찍고 가연성 액체를 끼얹은 뒤 불을 붙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신부는 당시 자동차 안에서 피해자와 향후 그의 거주지를 놓고 말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교회에 재산을 기부한 뒤 노숙 생활을 해왔으며 기부의 대가로 주거지 등 지원을 받기로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신부는 범행 이후 자전거 한 대가 현장으로 다가오는 것을 목격, 차를 몰아 현장에서 도망쳤다. 당시 자전거에 타고 있던 행인이 불길에 휩싸인 피해자를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바르샤바의 한 마을 도로에서 발견될 당시 살아있었으나 병원 치료 도중 숨졌다. 수사당국은 차량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용의자를 체포하고 범행을 자백받았다.
사건을 맡은 라돔 지방경찰청의 아네타 구시치 대변인은 “부검 결과 피해자는 몸의 80%에 화상을 입었고 날이 있는 무거운 물체에 머리를 다쳤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부에 대해 3개월짜리 구금영장을 발부받고 ‘특정한 잔혹성을 동반한 살인’으로 혐의 등급을 올려 적용했다.
폴란드 형법은 연쇄살인이나 잔혹한 수법의 살인을 저지르면 징역 25년 혹은 무기징역으로 가중 처벌한다. 미국법으로는 종신형 또는 사형에 처하는 1급 살인에 해당한다.
이 사건으로 인구 70% 이상이 가톨릭을 믿는 폴란드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바르샤바 대주교 아드리안 갈바스는 이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히며 교황청에 용의자의 파면을 요청했다. 이는 교회법상 성직자에게 내려지는 가장 큰 처벌이라는 게 AP통신의 설명이다.
갈바스 대주교는 대교구에 보낸 성명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해 기도해달라”며 “수사 당국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