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취임 후 처음으로 통화했다. 왕 부장은 “한중 관계는 어떤 제3자의 제약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2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취임 후 첫 전화 통화를 통해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양측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지속하는 데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특히 ‘양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조 장관은 왕 부장의 방한을 초청했고, 왕 부장은 양측이 편리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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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의 보도자료에는 여기에 ‘제3국’이 더해졌다. 중국측에 따르면 왕 부장은 조 장관에게 “양국 관계가 한층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안정성이 중요하며, 중국은 일관되게 중한협력을 중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관계는 공동의 이익과 양국민의 이익을 기반으로 하되 어떤 제3자를 겨냥하지도, 어떤 제3자로서 제약을 받지도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다. 왕이 부장은 또 “중한 경제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공급망이 고도로 연계돼 있다”면서 “자유무역의 수혜국으로서 양국은 디커플링과 공급망 단절을 막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미국과 치열한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대비되는 ‘자유무역주의’를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전쟁에 대립각을 세우면서 우군을 확보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페트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관세 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세계와 대립하면 스스로를 고립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4일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만나 “중국과 EU는 다자주의와 개방·협력을 추구함으로써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전 세계의 안정성과 확실성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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