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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보다 사람, 입지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윤수민의 부동산 Insight]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전문위원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

부동산 시장에서 자주 회자되는 이 문장은 부동산 투자를 할 때 입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입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피상적인 이해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많은 이들이 입지를 지하철역의 거리,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유무, 학군과 같은 물리적 요소로만 판단하고 있고 주요 부동산 플랫폼도 이러한 물리적 요인들을 입지의 선택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아파트 가격을 견인하고, 수요자의 심리 이동을 결정짓는 요인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 조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최근 한 언론사가 발표한 서울 아파트 단지별 연소득 상위 30곳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성동구, 영등포구 등의 주요 단지가 상위권에 올랐다. 이들 단지의 평균 가구 연소득은 3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에 이르며 고소득 전문직, 기업가, 자산가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들 단지가 반드시 지하철역이나 대형 상업시설 인근에 위치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교통·교육·편의시설 측면에서 일부 열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아파트 시세는 같은 구의 다른 아파트들에 비해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즉 입지를 단순한 물리적 거리의 문제로만 해석하는 기존 접근 방식은 현실의 시장 구조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눈에 보이지 않는 입지’의 핵심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특성과 경제적 수준에 있다. 단지에 거주하는 이들의 소득 수준, 직업군, 삶의 방식 등이 집값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물리적 환경보다 더 본질적인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같은 경향은 비단 강남 3구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흔히 차상급지로 분류되는 성동구, 마포구, 강동구 등도 강남3구 주요 단지 못지않은 소득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 지역들은 특히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한 핵심 주거지에 고소득 맞벌이 부부의 진입이 활발했던 곳으로, 실거주 수요와 자산 방어력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들 지역 내 주요 단지의 거주자 역시 중위 소득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연소득을 기록하며 ‘보이지 않는 입지’의 유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가 이해해야 할 입지란, 단지 주변에 무엇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곳에 누가 살고 어떤 삶의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가에 대한 통합적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입지의 평가는 거리 중심의 수치가 아닌 ‘사람’ 중심의 구조로 재편하고 있으며, ‘민도’라는 변수가 아파트 가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흐름 속에서, 입지를 판단하는 시각 또한 보다 정교하게 진화해야 한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조건이 아니라 사회적 수준이 높은 집단의 주거 선호를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는지가 입지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아파트 투자의 성패는 결국 ‘그 단지에 어떤 사람이 사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5년 부동산 시장의 입지 판단 기준은 달라졌다.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삶의 수준, 셋째도 그들이 선택한 곳”이다. ‘보이지 않는 입지’를 읽어내는 안목이야말로 지금 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아닐까.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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