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빌라)의 3채 중 1채에서 전세가가 최초 계약보다 하락한 ‘역전세’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11% 상승해 세입자의 보증금 부담이 커진 반면 빌라 시장에서는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23일 집토스가 2023년~2025년 상반기 전국 빌라 실거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만 4550건의 동일 주택형 전세 계약 중 31.9%에 달하는 4641건에서 전세 보증금이 하락했다.
수도권에서는 인천이 -7.0%의 하락률을 기록한 반면 서울은 2.4%, 경기는 0.5%로 소폭 상승해 차이가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11.7% 상승했다.
지역별 빌라 평균 전세가 하락은 지방 광역시에서 두드러졌다. △대구 -9.7% △전북 -5.0% △강원 -4.4% △대전 -4.3% 순이다.
지역별 빌라의 동일 주택형 전세 계약 중 역전세 비율은 인천이 70.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인천의 전세가 하락은 2022년 인천 미추홀구를 중심으로 발생한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의 여파로 분석된다. 이어 대구(64.3%), 부산(48.0%), 대전(44.1%) 등 평균 전세가가 하락한 지역에서 높은 역전세 비율이 나타났다.
전국에서 역전세가 발생한 빌라의 평균 보증금은 지난 2년간 1억 8268만 원에서 1억 6518만 원으로 1751만 원(-10.3%) 하락했다. 광주광역시는 역전세가 발생한 빌라의 평균 보증금이 1억 4091만 원에서 1억 727만 원으로 3364만 원(-16.8%)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하락 금액이 가장 컸다. 평균 보증금 하락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세종시로, 1억 48만 원에서 8123만 원으로 1926만 원(-19.5%) 하락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2억 3180만 원에서 2억 1380만 원으로 1800만 원(-7.7%) 하락했고 경기는 1억 5468만 원에서 1억 3682억 원으로 1786만 원(-11.9%) 떨어졌다. 인천시 역시 9865만 원에서 8520만 원으로 1345만 원(-13.8%) 떨어졌다.
아파트 시장은 매매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전세 수요가 몰리며 보증금이 많아진 반면 빌라 시장은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며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 놓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현재 임대차 시장은 아파트와 빌라가 전혀 다른 길을 걸으며 세입자와 집주인이 서로 정반대의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며 “빌라 시장의 역전세 문제는 보증금 반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6·27 대출 규제로 빌라 세입자들이 보증금 마련을 위해 활용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 대출 한도가 줄었다”며 “이는 빌라 전세 수요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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