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으로 만든 키보드 자판을 누르면 과즙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과즙이 흘러나오고, 칼로 딸기 모양의 유리를 썰면 서걱하는 소리를 내며 단면이 깔끔하게 잘려 나간다.
최근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으는 ASMR 영상 내용이다. 실제 촬영해 제작한 영상처럼 보이지만, 모두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구현된 가상의 장면이다. 수박, 딸기 같은 과일 외에도 쿠키, 마시멜로, 꿀 등의 다양한 재료가 ASMR 소재로 등장한다. ASMR은 특정한 청각·시각 자극을 통해 심리적 안정이나 쾌감을 느끼는 경험을 뜻한다.
AI가 만든 ASMR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과일 키보드 타건 소리'나 '용암 먹방'처럼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주제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의 비오3(Veo 3)와 같은 최근 출시된 생성형 AI는 더 정교하게 시청각 효과를 구현해 낼 수 있어, 시청자들이 실제로 그 음식을 누르고 만지는 듯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AI 제작 영상은 한때 ‘불쾌한 골짜기’를 만들어 낸다며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사기도 했다. 대상을 흉내 내는 기술이 완벽하지 않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 거부감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시장조사업체 닐슨이 전 세계 소비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AI 생성 콘텐츠를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중 55%는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ASMR 영상은 이런 거부감을 오히려 넘어섰다. 유튜브에 공개된 AI로 만든 '키보드 ASMR' 영상 중 하나는 7월 기준 조회 수 171만 회를 넘겼다.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유리 자르는 ASMR' 영상은 조회수 1079만 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댓글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건 불쾌한 골짜기가 아니라 중독성 있게 느껴진다”, “AI가 이렇게만 쓰이면 좋겠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걸 만들어내니 신비롭고 놀랍다” 등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생성형 AI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거부감 대신 재미와 새로움을 느끼게 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 열풍을 활용해 지자체도 AI ASMR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해남군은 지난 17일 AI를 활용한 ‘해남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ASMR’ 영상을 SNS에 게시했다. 단호박, 반건조 생선, 오디 등 지역 특산품을 ‘자판기 ASMR’로 표현한 이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 수 30만 회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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