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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이어 수마 덮친 산청…'새벽 물폭탄'에 가평 일가족 참변

■ 폭우·산사태에 28명 인명피해

산청서 시간당 최대 100㎜ 물폭탄에

사상 초유 '군민 전체 긴급 대피' 사태

20일 새벽부터 경기 가평에도 물폭탄

닷새간 시설피해 4200건·문화유산 파손

20일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 일대에 전날 발생한 산사태로 밀려온 토사가 쌓여 있다. 이달 16일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산청군에 내린 비는 793.5㎜로 지난해 전체 강수량(1513.5㎜)의 절반이 넘는 비가 닷새 동안 쏟아졌다. 뉴스1




“말이 사돈이지 가족입니다…. 우리 며느리 불쌍해서 우짜노.”

20일 경남 산청군 부리 내부마을 어귀에서 만난 최성순(72) 씨는 이번 폭우로 숨진 사돈 부부 이야기를 하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최 씨는 “축사를 운영하던 사돈 내외와 자주 왕래해왔다”면서 “비가 많이 와서 며느리의 걱정이 컸는데 산사태가 집을 덮치면서 사고가 났다”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이 마을에서만 집중호우로 3명이 숨진 가운데 또 다른 사망자 20대 여성 A 씨의 이모부 B 씨 역시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집터를 훑어보다 고개를 떨궜다. B 씨는 “숨진 조카의 아버지와 오빠도 허리와 어깨 등을 다쳐 부산대병원에 있다”며 “작가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먼저 떠난 조카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닷새간 중·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진 극한호우로 2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봄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에서 또다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날 서울경제신문이 방문한 내부마을 일대는 전날 와룡산 줄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 돼 있었다. 전신주도 무너져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진흙을 퍼내는 등 수습에 한창이었다.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에는 큰 바위가 무너져 도로를 막으며 주민 10여 명이 고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내부마을 이장 김광만(62) 씨는 “산사태가 났던 1981년 8월 태풍(아그네스) 때 이후로 44년 만에 또다시 이런 대형 참사가 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자정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는 사망 17명, 실종 11명 등 총 28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사망자는 경기 3명 (오산 1, 가평 2), 충남 3명(서산 2, 당진 1), 경남 산청 10명, 광주 북구 1명이었다. 실종자는 광주 북구에서 1명, 경기 6명(가평 5, 포천 1), 산청에서 4명이 나왔다. 이날까지 총 1만 3492명이 극한호우로 대피했으며 미귀가 인원은 2728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산청에서는 전 군민이 대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달 16일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산청군에 내린 비는 793.5㎜로 지난해 전체 강수량(1513.5㎜)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에 산청군은 전날 1시 50분께 전 군민을 대상으로 ‘지금 즉시 안전지대로 대피하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경남에 이어 이날 새벽부터는 경기권에 물폭탄이 떨어졌다. 특히 경기 가평에서 하천 범람 및 산사태가 다수 발생하며 산청 다음으로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 이날 가평군에는 조종면 등 지역에 시간당 76㎜(오전 3시 30분 기준)가 쏟아졌으며 일 누적 강수량은 오후 6시 기준 197.5㎜를 기록했다.

20일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현리 상구별교 인근 건물이 새벽에 내린 폭우로 인해 무너져 있다. 지난 닷새간 중·남부 지역을 덮친 극한호우로 이날 오전 11시 기준 14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호우에 따른 피해 지역을 조속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지시했다. 가평=조태형 기자


강 수위가 높아지며 가평군 대보교 일대에는 이날 오전 2시 40분 홍수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결국 오전 3시 20분께부터는 강 수위가 심각 단계(6.4m)를 넘어선 9.2m까지 올라 조종천이 월류했다. 이에 가평군은 주민 대피령을 발령하고 대보교 일대 15가구 주민들을 고지대 비닐하우스로 이동시켰다. 오후 6시 기준 가평에서 2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가운데 소방 당국은 가평군에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수색·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가평군 한 캠핑장에서는 텐트 1개 동이 무너져 캠핑하던 일가족 3명이 매몰됐고 이 가운데 40대 남성은 대보리 대보교 다리 구조물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와 10대 아들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시설 피해 및 국가유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도로 침수, 하천 시설 붕괴 등 공공시설 피해가 1999건, 건축물·농경지 침수 등 사유 시설 피해가 2238건으로 4200여 건 이상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국가유산청은 이날까지 호우로 총 8건(충남 4건, 전남 2건, 경남 1건, 경북 1건)의 문화유산 피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사적 3건, 보물 2건, 국보·명승·국가등록문화유산이 각 1건씩이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추진을 지시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민들이 각종 세금 납부 유예 및 공공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지방정부 역시 재난 복구 비용 일부를 중앙 정부에서 지원받아 재정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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