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운동이 우선'이라는 통념이 틀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듀크대 연구진은 최근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비만 유발에 칼로리 과잉 섭취가 운동 부족보다 10배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비만의 원인으로 운동 부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초가공식품 등 고칼로리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한다는 점이며,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 '칼로리 과잉'으로 인한 비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34개국 4213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조사 대상에는 아프리카 목축업자부터 미국 사무직 근로자까지 다양한 경제·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배출하는 소변에서 산소와 수소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칼로리 소비량을 측정했다. 참가자들이 매일 소비하는 에너지량과 운동을 통해 소비하는 에너지량, 운동이 아닌 기본적인 생활 속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량과 함께 이들의 비만 척도인 체질량지수(BMI)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경제가 발전한 선진국일수록 개발도상국에 비해 전체적인 에너지 소비량이 6%에서 11%까지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는 비만의 원인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미국의 사무직 근로자가 아프리카의 목축업자보다 덜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비만에 이른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진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참가자 일부를 대상으로 하위 그룹을 만들어 분석한 결과, 선진국일수록 에너지 섭취량이 많았으며 초가공 식품을 먹는 비율과 높은 BMI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 BMI에 미치는 영향은 약 10분의 1에 그친다"면서 "선진국일수록 초가공 식품을 통한 칼로리 섭취량이 많았으며 비만에 훨씬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WP는 이같은 연구가 "나쁜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으로 규정한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운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며, 운동은 건강에 필수"라며 "다만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당국이 초가공식품 등 식단을 개선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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