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신규 투자 및 건설계약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수 성장 둔화하고 미중 갈등 속에 시장 다변화를 모색하는 전략적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 그리피스대 그리피스아시아연구소(GAI)와 중국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GFDC)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중국 일대일로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6월 중국 기업이 일대일로 참여국과 체결한 신규 투자 및 건설 계약은 총 176건, 금액은 총 1240억 달러(약 173조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금액 1220억 달러를 이미 넘어선 수준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상반기 거래 중 건설계약이 662억 달러, 투자 금액은 571억 달러로 나타났다. 두 항목 모두 지난해 상반기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2013년 이후 일대일로 투자·계약 총 금액은 1조 380억 달러(누적 기준)로 집계됐다.
보고서 저자인 크리스토프 네도필 왕 그리피스대 교수는 중국 국내 성장 둔화와 미국과의 관세전쟁에 따른 공급망·시장 다변화 필요성으로 중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나선 것이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계약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100억 달러 이상 대규모 거래가 늘어난 것이 두드러졌다.
분야별로는 에너지 관련 투자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에너지 관련 투자는 420억 달러로 작년보다 100%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아프리카가 390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중앙아시아가 250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개별 국가 중에서는 카자흐스탄이 230억 달러를 유치해 최대 수혜국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해 “중국의 해외시장 확장과 일대일로 회원국의 참여 확대는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접근 방식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 민간연구소 로듐그룹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기업의 일대일로 참여국 대상 직접투자(FDI)는 작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159억 달러였다. 미국 보스턴대 글로벌개발정책센터의 레베카 레이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기존 차관 제공 방식에서 FDI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채무 부담을 줄이면서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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