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간편한 아침 식사의 대명사인 시리얼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를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 등 외신들은 최근 “많은 근로자가 가정에서 시리얼과 우유를 들고 앉아 있을 수 있었던 펜데믹이라는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 콜드 시리얼 판매량은 적어도 지난 25년 동안 꾸준히 감소해 왔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닐슨IQ에 따르면 2021년 7월3일까지 52주간 미국인들이 구매한 시리얼은 약 25억 상자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판매량은 약 21억 상자로, 동기 대비 13% 이상 감소했다.
시리얼의 인기가 줄어드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꼽힌다. AP통신은 미국 영양식품 중 하나인 뉴트리그레인 바나 클리프 바처럼 휴대가 편리한 식품이 출시돼 소비자들이 이동 중에도 아침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된 점을 첫 번째 원인으로 짚었다. 가공식품과 설탕 섭취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시리얼을 피하게 됐다는 점도 거론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식품 부문 매니저 톰 리스는 AP통신에 “시리얼은 자연식품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시리얼 제조업체들은 수십 년간 시리얼의 건강성을 증명하기 위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첨가하는 데 주력해 왔지만 이제 사람들은 간소화된 성분 표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시리얼의 인공 색소 또한 문제로 지목됐다. 포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WK 켈로그 본사 앞에서는 켈로그사의 후르트링 등 시리얼에서 인공 색소를 제거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올해 3월에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자국 내 주요 식품 대기업들에게 제품에서 인공 색소를 전부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Z세대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부사장 켄튼 바렐로는 AP통신에 “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아침 식사로 채소 등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며 “또한 아침 식사를 아예 거르기도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업체 시빅 사이언스가 2023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 중 7일 내내 아침 식사를 하는 미국인은 35%에 그쳤다. 또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가 올해 2월 미국 Z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침 식사로 시리얼을 먹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26%에 불과했다.
이러한 변화는 시리얼 산업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콜릿 브랜드 페레로 로쉐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브랜드 페레로는 이달 미국의 시리얼 제조업체 WK켈로그를 약 31억달러(약 4조3105억원)에 인수했다. WK켈로그는 2023년 스낵 사업을 별도 법인 ‘켈라노바’로 분사한 이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식품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시리얼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령 요거트 등의 식품에 곁들임 메뉴로 기능하거나 장 건강을 개선하는 섬유질을 더하는 식이다.
글로벌 식품기업 제너럴 밀스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하메닝은 이와 관련해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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