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홍역 퇴치’를 공식 선언했던 미국에서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며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최다 감염 기록을 갱신했다.
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 내 홍역 환자는 약 1300명에 달한다.
존스홉킨스대학은 홍역이 백신으로 예방 가능하지만 전염력이 매우 강한 질병이라며, 현재 미국 전역으로 다시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38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최소 3명이 숨졌고 155명이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환자 가운데 92%는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접종 여부가 불분명한 이들로 확인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특히 텍사스에서만 700건 이상이 집중 발생했고, 캔자스·뉴멕시코주 등지에서도 수십 건의 감염이 추가로 드러났다.
미국 보건 당국은 백신 기피 성향이 짙은 텍사스 내 메노나이트 공동체에서 전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일부 지역에서 확산 중인 백신 불신 여론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과거 아동 백신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했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은 최근 들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역 예방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홍역백신(MMR) 접종”이라며 기존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CDC는 홍역이 1990년 2만8000건 이상 발생한 이후, 백신 접종 확대와 빠른 대응 덕분에 2000년 무렵 사실상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9년에 감염 사례 1274건이 확인됐으며, 이번에 그 수치를 넘긴 1277건이 보고되면서 상황이 악화되는 추세다.
BBC는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홍역 확산이 현재 속도로 1년 넘게 이어지면 미국이 '홍역 퇴치국'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다행히 백신 접종은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텍사스 보건당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16일까지 홍역 백신(MMR) 접종 건수는 17만300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15만8000건보다 크게 늘었다.
MMR 백신은 홍역 외에도 볼거리와 풍진까지 예방 가능하며, 예방 효과는 약 9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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