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2000억 원 규모의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심상치 않다. 2일 통계청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가공식품과 수산물 등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오르며 체감 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가공식품의 경우 조사 대상 72개 품목 중 62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으며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라면 값도 21개월 만에 최고치인 6.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유가와 환율이 안정되면서 7월 물가 상승 폭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공공요금과 최저임금 인상 등 새로운 물가 자극 요인들이 대기 중이다.
2차 추가경정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돼 대규모 소비쿠폰을 지급하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소비 진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되지만 현금성 지원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재원의 대부분이 국채 발행 등 나랏빚에 의존하는 소비쿠폰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민생 보호와 물가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새 정부에 소비쿠폰은 물가 관리 역량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국회 상임위원회의 추경안 예비심사 과정에서는 2일까지 9조 5592억 원이 증액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조정되고 정부도 동의하지 않겠지만 여당 주도의 상임위가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심성 돈 풀기 발상을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소비쿠폰이 실제 소비로 이어져 내수 진작 효과를 내려면 정부의 정교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0년 5월 코로나19 1차 재난지원금의 신규 소비 유발 효과는 26.2~36.1% 수준이었다. 이는 정부 기대에 못 미친 수치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소비쿠폰이 신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업종 제한, 지급 방식, 홍보 전략 등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경기 진작과 물가 관리,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의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느 때보다도 정부의 컨트롤타워와 정책 조율 기능이 중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