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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오슬로, 프람호(號), 극지 개척자들

최규종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근부회장


6월 초 세계적 선박 전시회인 ‘노르시핑’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노르시핑은 그리스 ‘포시도니아’와 함께 유럽의 대표적 선박 전시회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시 업체 수와 관람객 수가 직전 행사 대비 크게 증가했다. 조선업 호황과 함께 트럼프 2기 정부 등장 이후 국제무역 질서의 변화, 지정학적 갈등 고조 및 국제해사기구(IMO)의 탈탄소 규제 강화 등 조선·해양 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정보 교류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슬로에 가면 반드시 들를 만한 두 곳이 있다. 노르시핑 개막식이 열리는 오슬로 시청사와 ‘프람호 박물관’이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오슬로 시청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장소여서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프람호 박물관에는 극지 탐사 유물인 프람호와 요아호의 실물이 전시돼 있고 프리드쇼프 난센, 로알 아문센 등 당대 영웅들의 서사가 있다.

목선인 프람호는 몇 가지 기록을 갖고 있다. 최초의 극지 탐사용 선박이면서 최초로 남극과 북극을 모두 원정했다. 한국의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가 연상된다. 난센은 북극점에 도달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선박의 제작을 동료 콜린 아처에게 맡겼다. 아처는 선체 바닥을 둥글고 미끄럽게 설계해 해수 결빙시 선체가 빙압에 저항하는 대신 얼음에 올라타 미끄러지도록 했다. 창의적 발상이다. 강철선 아라온호는 선수를 빙판에 올려 선체 무게로 얼음을 깨뜨리며 나아간다.

1893년 난센은 북극 탐사에 나섰으나 프람호가 북위 85도 빙하에 갇혀 북극점 도달에 실패하고 3년 만에 겨우 고향에 돌아왔다. 그의 경험은 이후 북극 탐사에 큰 도움을 줬다. 난센은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고 최초로 그린란드 내륙을 횡단했고 북극 북동항로의 개척자로도 유명하다.

아문센이 난센의 꿈에 도전했다. 아문센은 1907년 난센에게서 프람호를 물려받고 북극점 정복을 준비했다. 미국인 로버트 피어리가 1909년 이미 북극점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목표를 남극으로 바꿨다. 아문센은 프람호 엔진을 스팀에서 디젤로 바꾸고 1910년 남극으로 출항했다.



비슷한 시기 남극에 도전한 영국인 로버트 스콧과의 경쟁은 유명하다. 결국 아문센이 먼저 1911년 12월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했다. 아문센은 1903~1906년 요아호를 타고 캐나다 북동부 배핀 만에서 패리 해협을 거쳐 알래스카에 이르는 북서항로를 세계 최초로 항해하기도 했다. 한편 피어리가 북극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지금까지 회자된다. 하지만 그의 극지 활동은 미국과 덴마크 간 그린란드 영토 분쟁의 시발점이 돼 오늘날 세계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북극이 국제 지정학의 이슈로 재부상했다. 그 중심에 쇄빙선, 북극 항로, 그린란드가 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북극이 해빙돼 러시아쪽 북동항로는 수에즈운하를, 캐나다쪽 북서항로는 파나마운하를 대체할 수 있다. 또 주요국들은 희토류와 자원의 보고이면서 북극 항로의 요충지이고 면적은 한반도 10배지만 인구는 5만 7000명에 불과한 그린란드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꾀하고 있다. 한국도 조선 강국의 특성을 살리며 북극 항로와 극지 연구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회·경제·문화 각 분야의 개척자들을 적극 응원하자.

최규종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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