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말차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한 잔 당 10달러(약 1만4000원)의 비싼 가격에도 매장에는 말차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명 말차 프랜차이즈에서 원료를 수급하지 못해 판매를 중단하거나 일본 현지 농장에서도 재고가 없어 판매를 중지하는 사례가 발생할 정도다.
29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말차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강렬한 녹색이 주는 시각적 자극과 건강하다는 이미지 덕분이다. 여기에 젠데이아, 두아 리파, 카일리 제너 등 해외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말차를 즐기는 모습이 SNS상에서 확산하면서 열풍을 주도했다. 심지어는 바닥에 말차를 일부러 엎지르고 자신의 착장과 함께 사진을 찍는 ‘말차 스필’(matcha spill)이 젠지 세대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말차는 힙한 음료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스타벅스가 지난 봄 ‘슈크림 말차 라떼’를 선보였고 오리온이 ‘초코파이 말차 쇼콜라’를, 해태제과가 ‘홈런볼 말차딸기’를 내놓는 등 말차 관련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이렇듯 급격한 인기 상승 탓에 전세계적으로 말차는 공급난을 겪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말차 바 케틀 티는 메뉴에 있는 25종의 말차 중 4종을 제외한 모든 제품이 품절된 상태다. 케틀 티의 창립자 잭 맨건 최고경영자(CEO)는 “깊은 풀향과 강렬한 색상, 그리고 각성 효과를 가진 말차의 인기는 지난 10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최근 1년 만에 거의 두 배로 급성장했다”며 “어떻게 해도 물량을 댈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말차의 주요 생산지인 일본에서도 물량이 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사야마시에서 가족 차 사업을 15대째 운영하고 있는 오쿠토미 마사히로 씨는 “웹사이트에 더 이상 말차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다”며 “세계가 우리 말차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기쁘지만 수요가 위협적일 정도다. 따라 갈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일본의 일부 차 판매점에서는 리셀러를 막기 위해 엄격한 구매 수량 제한을 두기도 한다.
2024년 농림수산성 데이터에 따르면 말차는 일본에서 수출된 녹차 8798톤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10년 전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공급난에 더해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도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 국가들과 관세 협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제품에 대한 관세가 현재 10%에서 최대 24%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비용 절감을 위해 차 생산자들이 더 큰 규모로 농사를 짓도록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장비와 숙련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물량을 늘리다간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부들의 고령화와 후계자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일본의 차 농장 수는 20년 전의 4분의 1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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