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 선수가 입고 있는 이 옷 있어요?”
골퍼들의 소비 둔화로 울상인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활짝 웃는 순간이 있다. 후원 선수가 자사 제품을 입고 우승하거나 좋은 성적을 거둬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다. 선수 착장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제품 구매로도 이어지는 등 선수 후원 효과로 ‘완판’의 짜릿함을 맛보는 브랜드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안신애·유현주·박현경 등에서 ‘완판 선수’ 계보가 끊겼었는데 요즘 들어 다시 ‘내 선수가 입는 옷’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브랜드들의 이른바 ‘선구안’이 통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페쎄골프는 올해 처음으로 프로 골프 투어 선수 후원을 시작했는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옥태훈이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준우승),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4위),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공동 5위)에서 입었던 반소매 칼라 티셔츠는 온라인에서 완판을 기록했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92%의 판매율을 보였다. 10개를 내놓으면 9개 이상이 팔렸다는 것. 특히 옥태훈이 KPGA 선수권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한 뒤 브랜드 전체 매출은 전주 대비 30% 가까이 급증했다. 29일 2주 연속 우승까지 달성하면서 아페쎄골프의 함박웃음은 더 커지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김효주와 올해 초 계약한 매드캐토스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김효주의 활약에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 3월 말 포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4월 매출이 전월 대비 33% 뛰었고 5월 유럽 투어 아람코 챔피언십 2연패를 달성한 뒤에는 5월 매출이 전월 대비 117%로 폭증했다. 우승 기념 전 제품 20% 할인 프로모션에 더해 미디어 노출 빈도가 증가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김재희와 KPGA 투어 김영수가 입는 데상트골프도 타율이 좋다. 이 선수들이 착용한 고기능성 컬렉션 ‘아크먼트 라인’이 호응을 얻은 것. 올해 초 선보인 이 라인은 브랜드 전체 매출의 최대 30%를 차지할 만큼 반응이 좋다. 상하의 셋업으로 구성된 특정 제품은 출시 3주 만에 판매율 80%를 돌파했다. 또 크랙앤칼골프는 후원 선수인 최혜진이 LPGA 투어에서 즐겨 입는 ‘핫서머’ 라인이 브랜드 전체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크린골프도 골프웨어 브랜드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스크린골프의 성장성을 내다본 챌린저는 G투어 선수 12명과 계약했다. 챌린저 관계자는 “방송 노출 시간만 보면 G투어가 정규 투어보다 오히려 더 길다. 전문 채널을 통해 의류가 끊임없이 노출된다”며 “G투어 우승 선수의 착장에 대한 문의가 바로바로 온다”고 했다. 최근 볼빅어패럴은 후원 선수인 김홍택과 아마추어 간 스크린골프 이벤트 매치를 진행했는데 경기가 유튜브로 중계되는 동안 온라인 전용 상품이 기대 이상으로 판매돼 쏠쏠한 재미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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