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1은 2020년 9월 공개 당시 미국 등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후 시즌2, 시즌3로 이어지면서 가장 성공한 K콘텐츠라는 명성까지 거머쥐게 됐다. 시즌1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수를 기록했으며 시즌2도 3위에 올랐다. 시즌3 역시 27일 공개 즉시 93개국 전체에서 시청수 1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오징어 게임’의 명성을 확인시켜줬다. 제작 기간을 포함해 6여 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면서 시리즈 전체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사진) 감독을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즌이 공개될 때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낸 소감을 묻자 황 감독은 “정말 많은 경험을 한 것 같다. 비판을 받기도 하고 칭찬을 받기도 하면서 희열이 왔다 갔다 했다”며 “생각지도 못하게 에미상 시상식에도 갔고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리면서 다음 시즌을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작품이 성공하면서 저 자신에 대해 더욱 많은 생각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하는 계기다 됐다”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공개되면서 별 기대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공개 직후 국내 언론에서는 혹평이 나왔고 이후 미국 등 해외 시청자들과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국내 분위기도 반전을 맞았다. 그는 “시즌1은 사실 어떤 기대도 없이 세상에 나온 작품”이라며 “처음 공개 이후 국내외 반응이 일주일 새 완전히 바뀌었는데 6년간의 여정 동안 그 기간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시즌3는 시즌2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초반부터 게임을 멈추려는 현주와 금자·용식 모자 등이 빠르게 죽음을 맞이하면서 게임은 점점 잔인해지고 상금을 타기 위해 폭주하는 참가자들의 탐욕은 인간성 상실에 대한 문제 의식을 드러낸다. 일부 시청자는 이처럼 잔인하고 어두운 면이 부각된 데 대해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황 감독은 이번 시리즈는 극단의 어두움을 통해 인간성 회복의 가능성이라는 희미한 불빛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밤이 깊을수록 빛은 더욱 또렷하다는 말이 있다”며 “기훈을 비롯해 준희가 낳은 아기를 살리려는 따뜻한 인간성이 있는 현주, 금자 등이 바로 그 희망의 빛”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자가 아들 용식을 죽이는 설정 역시 아들이 준희가 낳은 아기를 죽이려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지 아들을 해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며 “결국 아들이 끔찍한 짓을 벌이지 않도록 막으려는 의도였다”고 덧붙였다.
준희가 낳은 아기는 이야기의 또 다른 전개를 만들어낸다. 아기는 황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이자 미래 세대의 상징이다. 황 감독은 “처음 시즌 2·3를 생각했을 때는 해피엔딩으로 기훈이 게임을 끝내고 나와서 딸을 만나러 가는 결말을 생각했다”며 “그런데 집필을 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또 “작품을 쓰면서 세상이 살기 어려운 곳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이후 불평등 심화, 전쟁의 위협, 기후 문제 등이 있는데 자국 이기주의는 심해지고 있다”며 “그런 세상을 보면서 결국 우리 미래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기는 미래 세대를 상징하는 심벌(상징)이고 그 아이를 위해 기훈이 희생하는 것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 있다”고 덧붙였다.
시즌3의 마지막 장면에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딱지우먼’으로 등장하면서 ‘미국판 오징어 게임’이 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넷플릭스가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미국판 오징어 게임’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스핀오프 제작 가능성은 열어뒀다. “박 선장(오달수) 집에서 딱지남(공유)과 프론트맨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메시지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팬들을 위해 이들의 관계를 보여주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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