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에서의 외교적 성과를 바탕으로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란이 우라늄을 위험한 수준으로 농축하는 등 핵무기를 제조할 조짐을 보이면 또 다시 폭격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는 하마스와 휴전하고 가자지구 사태를 종식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부장관은 30일 미국을 방문해 가자 전쟁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뉴스위크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를 끝낸 지금이 적기라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매우 노력 중"이라며 "합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에 제시했던 60일 휴전을 넘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영구적으로 종식할 수 있는 휴전 협정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좀 전에 관련 인사들과 통화했는데 가자지구 휴전이 임박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주 내로 휴전을 이룰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이번주가 가자전쟁 휴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스라엘군도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임무가 거의 끝났다고 밝히며 휴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27일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99사단을 찾아 "가까운 시일 내 작전으로 정한 현재 단계상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영토의 75%를 장악한다는 정부 목표에 따라 지난 5월 중순부터 지상 공세를 다시 시작했는데, 임무를 거의 달성했고 이에 따라 작전 선택지를 만들어 정치 지도부에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채널12는 이에 대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처음으로 가자 전쟁 종식을 고려할 준비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간 개인 비리와 안보 참패 등으로 정치생명이 위태롭던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공습 이후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면서 더이상 전쟁이 필요치 않게 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정치적 지지를 유지하면서 중동의 평화적 해결을 유도하는 '국제적 중재자'로 자리매김할 기회라는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의 리더십 강화는 물론 미국의 보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외교적 성과를 부각시킬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핀란드 싱크탱크 국제문제연구소 조엘 린나인매키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외교 정책의 핵심 관심사는 본국 지지층에게 상황이 어떻게 비칠지에 대한 것"이라고 짚었다.
12일 간의 공습을 끝내고 이스라엘과 휴전에 들어간 이란에 대해서도 강력히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우라늄을 위험한 수준으로 농축할 경우 다시 공격하겠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고민할 여지가 없다"며 "지친 이란은 우리를 만나고 싶어하고, 한동안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혼란을 자초하고 스스로를 '구세주'로 자청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하지 않았다면 이란의 핵 개발도 본격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뉴욕시립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핵무기 관련 정부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연방 허가를 받은 마이클 루벨 교수는 "이런 혼란을 초래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라며 "이란 핵합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지만, 그는 협상을 파기하고 혼란을 야기한 후 이제 '내가 구세주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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