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건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내란 특검(조은석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에 다음 달 1일 오전 9시로 2차 소환 조사 일정을 다시 통보했다. 특검은 2차 조사에서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와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의혹 등 앞서 미진했던 핵심 혐의를 집중적으로 따지는 한편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와 외환죄 의혹에 대해서도 전방위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측이 조사자 선정 등을 두고 특검과 갈등을 빚고 있어 추가 조사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다음 달 1일 오전 9시 서울고검에서 2차 소환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특검은 앞서 이달 28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조사 직후 이달 30일 오전 9시에 추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은 방어권 행사와 형사재판 일정 등을 이유로 다음 달 3일 이후로 조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다시 제시한 일정에 응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첫 조사에서는 기본적인 사항만 확인했고 체포영장 집행 방해 및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등에 대한 조사는 미진했다”며 “혐의가 복잡하고 조사해야 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필요하면 소환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8일 진행된 윤 전 대통령의 첫 소환 조사는 돌발 상황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조사는 이날 오전 10시 14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6층에서 시작해 오후 9시 50분쯤 마무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약 3시간 동안 조서를 열람한 뒤 다음 날 오전 0시 59분쯤 귀가했다. 윤 전 대통령이 청사에 머문 시간은 총 15시간 3분이었으나 실제 조사에 응한 시간은 5시간 5분에 불과했다.
특히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예정됐던 조사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조사자인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의 교체를 요구하며 대면조사를 거부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박 총경이 올해 1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현장을 지휘한 인물로서 피고발인 신분이라는 점을 들어 조사자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에 파견된 검사에게 조사를 받겠다고 요구하며 대기실에서 나오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핵심 쟁점인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의혹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무산됐다.
결국 특검은 오후 4시 45분쯤 조사 방향을 비상계엄 국무회의 의결 과정과 외환죄 혐의로 전환했다.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가 직접 신문에 나섰고 윤 전 대통령도 비교적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약 2시간 40분간 조사를 받은 뒤 저녁 식사를 했고, 오후 8시 25분쯤 조사를 재개해 오후 9시 50분쯤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만 오전 조사에서 박 총경이 주도해 작성한 약 1시간 분량의 조서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서명·날인을 거부하면서 해당 조서는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특검은 향후 윤 전 대통령을 필요에 따라 수시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의 구체적인 의결 과정과 외환죄 혐의 등에 대해서는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주요 국무위원들까지 잇달아 소환해 전방위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검은 첫 소환 조사 때 윤 전 대통령을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했다. 공식 조서상 ‘피의자’로 기록했지만 조사 과정에서는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점심과 저녁 식사는 경호처가 외부 식당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청사 내부에서 제공됐고 메뉴 선정에는 특검이 관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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