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정부 장관 후보자에 정성호·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명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개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그널이라는 평가다. 정 후보자는 5선 중진이자 이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히는 7인회의 멤버로 이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18기) 시절부터 38년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친명계 좌장’이다. 윤 후보자 역시 5선 중진으로 21대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22대 대선에서는 경선 캠프 총괄에 이어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이들 핵심 참모들이 사법 개혁의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행안부 장관으로 지명된 만큼 치밀한 개혁 설계와 함께 개혁 동력에 힘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9일 브리핑을 통해 “정 후보자는 사법 개혁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와 정책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내실 있는 검찰 개혁의 아이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후보자는 국민 행복이 민주주의의 척도라는 신념을 가진 정책통”이라며 “보수적인 관료 체계를 가치 지향적이고 실용적 시스템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과 정 후보자는 사법연수생 1년 차였던 1987년 연수원 내 결성된 노동법학회에서 처음 알게 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판검사 임용도 고려하고 있었는데 정 후보자가 “각자 지역을 맡아 인권운동·시민운동을 하며 살아보자”고 제안해 변호사를 택했다는 일화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정 후보자가 한 살 많아 사석에서는 이 대통령이 그를 “형”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후보자는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기 구리시에서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한 뒤 18대를 제외하고 내리 당선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디지털소통본부장 등을 맡았다. 기재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기재부 장관 하마평에도 올랐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민주당 사무총장 등을 지내는 등 여당 대표적인 ‘정책통’이다.
친명계 의원들 가운데서도 이처럼 ‘좌장·정책통’ 등 무게감 있는 5선 중진을 발탁한 배경도 단순히 정권 창출 공만 평가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여당 관계자는 “두 인물의 정책 역량과 무게감은 당 대표를 해도 손색없을 만큼 당내 두루 인정을 받고 있어 당정 간 조율을 통해 혼선 없는 개혁 완수를 목표로 한 인사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법무부와 행안부는 수사권 조정, 경찰 통제, 정보기관 개편 등 권력기관 개편의 핵심 부처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피해와 혼선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받아왔다는 점에서 혼선 최소화를 위해 중진 차출이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오광수 변호사의 낙마로 공석이 된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에 이날 대검 차장검사를 지내며 검찰 요직을 거친 봉욱 변호사가 임명된 것도 사법 개혁 완수에 대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수통인 오 전 수석이 낙마했음에도 거듭 검찰 요직을 밟은 인사를 다시 민정수석에 올린 데는 ‘검찰 개혁은 검찰을 가장 잘 아는 인사가 주도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역시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당시 비검찰 출신 학자와 법관들이 주도한 검찰 개혁이 조직 내부의 특성과 현실적 한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혼란과 반발을 초래했던 점을 반면교사 삼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아울러 법무부-행안부-민정 3각 편대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될 경우 경찰·공수처 등 다른 수사기관들과의 권한 충돌과 수사 중복 등으로 사건 처리 지연이나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어 이를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도 담겼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더라도 수사지휘권과 보완 수사 권한을 확대하는 현실적인 절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부는 이 외에도 검사 징계·파면 제도 도입,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제 시행, 피의 사실 공표 및 증거 조작 처벌 강화, 법조 일원화 확대 등 검찰 개혁 공약을 현실적 여건과 실효성 측면에서 세부적으로 효능감 있게 재정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인사로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현역 의원은 앞서 발표된 정동영(통일부), 안규백(국방부), 김성환(환경부), 강선우(여성가족부), 전재수(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일곱 명으로 늘어났다. 하마평에 오른 현역 의원들이 모두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역대 최대인 열 명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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