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 차로 쫓긴 11번 홀(파5). 퍼트 잘하는 옥태훈(27·금강주택)인데 1m 버디 퍼트를 놓쳤다. 시간이 갈수록 바람은 점점 더 강해져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대로면 무섭게 쫓아오는 경쟁자들에게 어느 순간 잡아먹힐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주 국내 최고 전통의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을 우승하고 넘어온 옥태훈은 이전과 달랐다. 208야드 길이의 어려운 파3인 13번 홀에서 ‘굿샷’을 날린 그는 5m 버디 퍼트를 넣고 힘차게 공중에 주먹질을 했다. 거센 바람 소리에 그린 위에서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특기인 퍼트가 가장 필요할 때 화려하게 빛났다. 이정환의 보기를 더해 3타 차로 달아난 옥태훈은 다음 홀 결정적인 파 세이브로 우승을 예감했다.
2018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 후 우승이 없다가 지난주 KPGA 선수권에서 감격의 첫 승을 올린 옥태훈이 2주 연속 우승으로 ‘대세 인증’에 성공했다. 그는 29일 전북 군산CC(파72)에서 끝난 KPGA 투어 군산CC 오픈에서 나흘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2주 연속 우승은 2022년 서요섭 이후 3년 만이다.
지난주 데뷔 첫 승이 마지막 날 9언더파를 몰아쳐 2타 차 열세를 넉넉히 극복한 대역전극이었다면 이번에는 ‘지키는 골프’의 승리였다. 2번 홀(파5) 이글과 4번 홀(파4) 버디로 힘차게 출발한 옥태훈은 퍼트가 떨어져 주지 않으면서 8개 홀 동안 지루한 파 행진을 벌였다. 지난주의 거침없던 모습과는 영 달랐다.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옥태훈은 그래도 꺾이지 않았다. 샷과 퍼트의 감각이 무뎌진 가운데서도 끝끝내 노 보기에 4타를 줄이며 버텨냈다. 6번 홀(파4)에서 넣은 다섯 걸음 거리 파 퍼트에서도 뚝심이 보였다.
기본 상금에 대회 기간 수익금을 더해 최종 상금을 정하는 이번 대회는 총상금 10억 484만 3000원, 우승 상금은 2억 96만 8600원으로 치러졌다. 시즌 2승째로 옥태훈은 상금과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지켰다. 6타를 줄인 이정환이 17언더파 2위이고 3위 신용구(16언더파), 4위 김민규(15언더파) 순이다.
KPGA 투어는 이날로 전반기 일정을 마감했다. 후반기는 8월 28일 강남300CC에서 개막하는 동아회원권그룹 오픈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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