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의힘을 세 차례 언급하고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몸을 낮췄다. 야당에서 피케팅이나 야유에 나서지 않아 여야 충돌은 없었지만 이 대통령을 향한 여야 반응은 사뭇 달랐다.
이 대통령이 이날 오전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여야 모두 기립하며 예의를 갖췄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연단으로 이동할 때까지 내내 박수를 친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침묵으로 대응했다. 이 대통령은 본회의장 입구에 있던 박찬대 의원을 비롯해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안규백 의원 등과 연이어 악수를 했고 연단에 올라서는 여야 양쪽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시정연설 18분간 여당 의원들은 12번의 박수를 치며 호응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연설 초반 이 대통령의 “외교는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는 발언에서 첫 번째 박수가 나왔다. 이때 국민의힘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이 대통령이 “(여당의 박수에) 감사하다. 국민의힘 의원님들은 반응이 없는데 쑥스러우니까”라며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면서도 “특히 우리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추가할 게 있다면 언제든 의견을 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발언했다.
이에 국민의힘 좌석이 일부 술렁이기도 했으나 고성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 대통령은 퇴장 때 국민의힘 의석으로 향했고 친윤(친윤석열)계 인사인 권성동·윤상현·나경원·강명구·박성민 의원 등과 악수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중앙대 선배인 권 의원 어깨를 치기도 했다. 권 의원이 김민석 총리 후보자를 두고 “그냥 총리 임명은 안 된다”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 전 우원식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 환담 자리에서도 “제가 이제 을이라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며 추경안 통과 협조를 당부했다.
시정연설 때 차분했던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밖에서는 추경안을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전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당선 축하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30조 원 규모의 현금 살포성 추경”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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