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 2명이 지난해 6월 한미일 군사훈련에 참여한 전함과 부산 해군기지 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됐다. 군 안보 위협으로 외국인이 구속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미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도 촬영했다.
부산경찰청은 26일 군사기지법 위반 등 혐의로 중국인 유학생인 40대 남성 A 씨와 30대 남성 B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30대 여성 C 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지법은 전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의 한 대학에 유학 중인 이들은 2023년 3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인근에서 드론과 휴대폰을 이용해 총 아홉 차례에 걸쳐 군사기지 내부와 시어도어루스벨트함(10만 톤급) 등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촬영물은 사진 172장, 동영상 22개로 일부는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무단 게시됐다. 경찰은 이들이 촬영에 사용한 드론이 중국 제조사 제품으로 촬영 자료가 중국 현지 서버로 전송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25일 윤 전 대통령이 루스벨트함을 방문한 날 해군작전사령부 인근 야산에서 드론을 띄우다 순찰 중인 군인에게 적발됐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밀리터리 관련 동호회 덕후”라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장기간에 걸친 조직적 촬영과 자료 유포 행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최근 들어 외국인의 안보 시설 불법 촬영 적발 사례가 빗발치는 가운데 이번 구속 결정은 유사 외국인 범죄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지난해 6월 이후 중국인이 국내 핵심 군사시설을 무단 촬영한 사건이 총 11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에는 대만 국적의 30대 남성이, 올 4월에는 중국인 유학생이 서울 서초구 국정원 청사를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3월에는 중국인 고등학생 2명이 수원 공군기지 부근에서 전투기를 촬영하다 주민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부모가 공안 소속”이라 진술해 파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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