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시장은 이제 단순한 재래시장이 아닌 서울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통을 지키고 미래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시장은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최근에는 현대화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김영백 경동시장상인연합회장이 있다. 경동시장에서 인삼·홍삼을 취급하는 가업을 4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김 회장은 2022년 상인회장에 취임한 후 시장 현대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회장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 등과 경쟁하려면 변화와 혁신이 필수”라며 “전통시장이 살아남으려면 어르신들만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들이 찾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경동시장의 장점은 쾌적하고 현대화된 환경이다. 김 회장은 “주차 시설이 잘 마련돼 있고 지하철 제기동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편리하다”며 “또 주변에는 서울약령시장·청량리청과물시장·전농로타리시장 등 총 11개의 전통시장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고 설명했다.
경동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고심하던 김 회장은 첫 번째 작업으로 스타벅스 입점을 추진해 성사시켰다. 2022년 12월 경동시장 본관 3층에 들어선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을 입점시키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그는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요구하는 조건들이 많았는데 주로 편의성과 안전에 관한 부분들이었다”며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화장실을 증축하고 전기와 소방 시설을 점검·개선하면서 네 차례 시도 끝에 유치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은 옛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해 극장 분위기를 살린 독특한 매장으로 탄생했고 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커피를 한 잔 구매하면 300원이 경동시장 발전기금으로 적립된다. 최근에는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이를 벤치마킹해 스타벅스를 입점시켰다.
스타벅스 옆에 있는 금성전파사 역시 경동시장이 차별화를 위해 LG전자와 협업한 곳이다. 그는 “스타벅스와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금성전파사는 LG전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며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과거에 출시한 우리나라 최초의 텔레비전(TV)과 세탁기 등이 전시돼 있다”고 소개했다. 금성전파사는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이 생각하는 경동시장의 힘은 가격 경쟁력과 전국적인 도소매 기능이다. 그는 “이곳에서는 농산물 경매도 이뤄지고 전국적으로 유통된다”며 “전국 각지에서 차량이 와 물건을 떼어가고 모든 상품들은 대형마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렴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경동시장은 동대문구와 협업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김 회장은 “동대문구 지역구 국회의원인 안규백 의원과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이 우리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다각도로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주말이면 내외국인 4만~5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이제는 관광 코스로도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동시장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잘 갖춰진 먹자골목인데 여러 맛집들을 미디어들이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며 “야시장과 정기적인 공연, 방탈출 게임장 등을 갖추고 있어 젊은 층도 즐기기 위해 찾는 놀이 공간으로 변모했다”고 덧붙였다.
경동시장은 상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는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서도 인삼·홍삼, 김, 농산물, 육류 등 다양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며 “또 젊은 층과 외국인들을 위해 시장 내 식당에는 키오스크를 도입했고 디지털 안내 스크린을 곧 설치해 누구나 편리하게 시장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동시장은 단순한 상거래 공간을 넘어 지역과 상생하는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하 식당가에서는 독거노인을 위한 삼계탕 나눔 행사가 열리고 김장김치 나누기, 탈북민 지원 같은 다양한 지역 봉사 활동도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 회장은 “이제 전통시장은 단순히 장을 보는 곳이 아닌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변화를 통해 경동시장이 지역과 세계를 잇는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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