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본격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박물관에서의 AI 활용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분야로 여겨온 유물 등 문화유산(문화재) 연구와 보존, 나아가 전시·체험에까지 최첨단 기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디지털 및 AI를 기반으로 문화유산의 과학적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보존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보존과학센터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며 10월 문을 열 예정이다. 2020년 시작된 공사는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 중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이 독립 건물이 완공되면 현재 운영 중인 박물관 보존과학실의 규모가 5배로 확대된다. 특히 박물관의 AI 활용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시설은 대형 컴퓨터단층촬영(CT) 장치와 3차원(3D) 스캔 및 디지털 형상 복원실, 재질별 보존처리실, 분석실 등이다. 센터 구축에는 총 300억여 원이 투입됐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보존과학센터에 대한 특별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AI에 기반한 디지털 박물관이 목표”라며 “CT와 3D 스캔을 통해 유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알아낼 수 있다. 귀중한 유물을 훼손하지 않아도 유물의 내부를 밝히고 조성 역사까지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존과학센터 운영을 통해 유물 복원과 진품 감정 정도도 훨씬 고도화된다. 전국의 문화유산을 연결해 데이터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이를 검색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박물관의 AI 시대를 본격화한다는 취지다. 김 관장은 “보존과학센터를 사실상 ‘AI 센터’로 만들려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현재도 박물관에서 AI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초기 모델은 전시 위주로 동물들이 뛰어다니거나 전통 시대 그림이 움직이는 실감 콘텐츠 등에 그쳤다. 관람객들도 한때는 움직이는 국왕 행차 그림에 탄복하기도 했었다. 김 관장은 “이제 AI 기술 활용으로 연구와 보존, 전시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가능하게 됐다”며 “전문가들의 편리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도 같은 수준의 생생한 연구·전시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융합연구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및 AI 기반 연구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한국의 식문화 연구 프로젝트인 ‘끼니에서 수라까지’는 선사 및 역사 시대 각종 그릇에서 확인되는 음식 잔존물 과학 조사로 고대인의 식문화 양상을 확인하려는 작업이다. 기존 문서 위주의 인문학적 조사와 함께 과학적 분석을 활용한 융합연구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국 목조 문화유산 연륜연대기 구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CT 장비를 활용한 나무 나이테 연대 데이터베이스를 모으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보존과학센터 오픈을 기념해 10월 ‘박물관 보존과학의 과거(1976~2004), 현재(2005~2025), 그리고 미래(2025~)’ 특별전을 열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박물관 보존과학의 지나온 과정을 소개하고 미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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