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료·무대책 총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배준영 국민의힘 의원)
“‘제2의 논두렁 시계’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특수통 검사들의 나쁜 장난질을 누가 하고 있느냐.”(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의힘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5일 불투명한 자금 흐름, 불성실한 자료 제출 및 답변 태도를 재차 문제 삼으며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김 후보자는 자신에 대한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에 “과거 정치 검사들의 조작질”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 후보자 ‘지킴이’를 자처한 여당 의원들은 “후보자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행위에는 책임을 묻겠다”며 야당을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여야는 전날에 이어 이날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날 선 발언을 주고받으며 도돌이표 공방을 반복했다. 국민의힘 측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저희가 요구한 제출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김 후보자는 청문회 자체를 능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희정 의원은 김 후보자와 인사청문회 준비단, 보좌진 등을 겨냥해 “위원들이 질의하는 순간에도 계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집중하지 않는다”며 “청문회를 보이콧하는 후보자의 마인드가 그대로 투영된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신상털기식 질의’를 중단하라고 맞섰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총리 후보자의 명예도 중요하다. 근거 없는 폄훼는 안 된다”며 “정책 질의에 집중하시라”고 요구했다. 전용기 의원은 야당의 공세에 대해 “충분히 명예훼손이고 면책특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재산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묻는 상황을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제 20여 년간의 수입은 표적 사정에서 시작된 추징금을 갚는 데 쓰여졌고 결론적으로 내야 할 것은 다 내고 털릴 것은 털렸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의 경제·노동관도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주4.5일 근무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이종배 특위 위원장의 질의에 “근로하는 날수를 줄여가는 것은 세계적 추세와 인간의 본성에 맞춰 생각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다만 “포괄적인 방향을 일단 제시한 것으로, 실행 계획은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신중론도 함께 강조했다.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포함한 반도체특별법을 두고는 “대통령이 반도체 개발·연구는 며칠을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하는데 규정에 의해 제약받으면 곤란하다는 문제와 함께 정당한 보상도 연동돼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같이 제기했다”며 “굳이 반도체특별법상 다른 법 규정의 개정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노사 양측에서 양해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반도체특별법의 쟁점인 ‘주52시간 근무제 예외 규정’을 뺀 나머지 법안부터 처리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야가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은 불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김 후보자를 둘러싼 ‘10대 결격 사유’가 전혀 소명되지 않았다며 부적격자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단독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야당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김 후보자 인준안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시점인 7월 4일 이전까지는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여야 합의가 안 되더라도 국회법상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르면 6월 30일, 늦어도 7월 3일에는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정세균·김부겸·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4차례 연속 미채택 총리 임명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안게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