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극본상, 작사·작곡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하며 K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썼다. K콘텐츠와 가장 인연이 멀어 보였던 토니상을 거머쥐며 K컬처의 위상을 보여준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기대를 했다가 잘 안되면 실망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격이라 정말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많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트로피를 식탁 위에 올려 놓고 그걸 보면서 아침을 먹는데 너무 신기했다”며 “그렇게 상징적인 트로피가 제 초라한 뉴욕 집에 있다는 게 신기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까운 미래의 한국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과 로봇을 통해 보여준 인간성 회복 등이 평단과 관객들의 찬사를 받으며 토니상을 수상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처음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을 당시 관객이 많이 들지 않아 조기 폐막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반딧불이’라는 팬덤이 형성되는 등 입소문이 나면서 공연을 이어갔다. 박 작가는 “인기 원작이 없고 막강한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가 없다는 점 등이 작품이 성공하지 못할 이유로 꼽혔다”며 “그런데 그런 부분이 오히려 더욱 참신하게 다가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미래의 한국이 배경인 데다 로봇들이 주인공인 작품을 누가 보냐는 식의 반응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기하게도 미국 관객들이 한국 관객과 비슷한 포인트에 반응을 했다고 했다. 두 나라 관객이 달랐던 점도 있다. 그는 “한국 관객은 표현을 덜 하는 편인데 미국 관객은 클레어와 올리버가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에 반응을 했다”며 “둘이 첫 키스를 나눌 때는 박수로 반응하더라”고 전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뮤지컬이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박 작가는 “여전히 K팝 등에 비해 K뮤지컬의 인지도는 낮지만 극장에서 ‘이 작품은 한국 뮤지컬이야, 한국 원작이야’라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하다”며 “배우들도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고 이민자로서 나의 문화가 어느 순간 이들이 공부하는 문화가 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해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로 한국의 창작자에 대한 많은 지원을 꼽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있으면 한국이 좋은 나라가 아닌 것 같지만 한국처럼 신인 창작자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는 나라도 드물다”며 “다만 정산 문제, 로열티 문제 등 아직 해결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지원으로 기획·개발을 시작했다.
이 작품의 브로드웨이 공연은 관객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내년 1월 17일까지 연장됐다. 국내에서는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25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공연이 열린다. 10주년 기념 공연에는 초연을 함께 했던 한경숙 NHN 프로듀서가 참여한다. 한 프로듀서는 “박 작가와의 인연은 하늘에서 계획한 것 같다”며 “감사하게도 당시 제가 소속돼 있던 대명문화공장을 제작사로 선택해줘 한국 초연을 올릴 수 있었다. 10주년 공연도 맡게 돼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브로드웨이 공연의 성공으로 원작 공연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한국 오리지널 공연을 최대한 살리겠다”며 “브로르웨이 공연을 참고해 수정하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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