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으로 전쟁을 시작한 이스라엘이 자국보다 인구가 10배(이스라엘 92만명 vs 이란 9300만명)나 많고 국토eh 75배(2만 2145㎢ vs 164만 8195㎢)나 넓은 이란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 초반에 승기를 잡고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고 있어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
특히 양국이 드론·마사일 폭격 등 공중 공방전을 펼치는 가운데 이란에서 보안이 가장 삼엄한 핵 시설과 국방부 청사 등을 족집게처럼 정밀 타격한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최정예로 꼽히는 이스라엘군 정보부와 세계 최고 정보기관 중 하나인 ‘모사드’ 해외정보국이 합작한 비밀작전 계획, 코드명 ‘사자의 힘으로(With the Strength of a Lion)’ 덕분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전쟁 초기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배경에는 이스라엘군의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과 함께 기습 작전을 위한 모사드의 치밀한 정보수집과 사전 준비작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보기관 모사드가 다시 한번 세계 최강 수준임을 정보력을 과시하며 전쟁 초기 전방위 ‘정보전’, 즉 정보기관의 능력과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을 잇따라 제거할 때 주요 통신 수단인 삐삐가 폭발해 헤즈볼라의 장교 등 약 3000명이 죽거나 다치는 작전을 수행해 전 세계의 시선을 끌었다. 당시 민간인 사상자도 상당수 발생했다. 현대판 ‘트로이 목마’로 불리는 ‘삐삐 폭탄’ 작전이다.
이란첩보안보부, 전방위 정보전서 허 찔려
이 작전은 정보기관 모사드가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수 년 전부터 폭발물이 숨겨진 삐삐를 헤즈볼라가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헤즈볼라가 경계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대만의 브랜드를 내세웠다. 헤즈볼라는 이 삐삐가 대형 배터리는 물론 추적 위험이 없을 것으로 보고 대량 구매했고 이스라엘은 주요 요인 암살 작전용으로 활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전쟁 초기 전방위 정보전에서 정보기관 모사드가 이란 정보 당국을 압도한 것이 사실상 승패를 갈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방위 정보전으로 이스라엘은 이미 3월에 타깃 목록을 만들었고 공격이 임박했을 땐 주요 타격 지점의 식별까지 마쳤다.
이스라엘은 상업용 위성과 해킹된 전화, 현지 잠입 요원, 드론 조립용 비밀 창고, 일상 차량에 탑재된 소형 무기 시스템 등을 활용했다. 게다가 이란 정보 당국은 이란과 미국과의 대화가 진행 중이라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도 한목했다.
이스라엘의 공세와 이에 따른 막강한 군사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파괴되는 피해를 예견하지 못하게 만든 이란 정보기관에 분통을 터트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허를 찔린 이란 고위 관리들의 서로 개인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우리 방공망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격분했다. 이들은 또 “어떻게 이스라엘이 들어와서 원하는 대로 공격하고 우리 최고 지휘관을 죽일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걸 막을 수 없는가?”라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이란 쪽 상대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산하 정보팀과 이란첩보안보부가 전방위 정보전에서 진 셈이다.
이란에 침투해 있던 정보기관 모사드의 특공대원들은 사전에 자국군 전투기가 이란을 향해 출격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최근 몇 달간 테헤란과 이란 전역에 밀반입했던 폭발성 무인기(드론)와 정밀 유도 미사일을 작동시켜 이란군 핵심 인사들과 미사일 기지를 타격했다.
이란 본토는 2000㎞ 가량 떨어져 지상전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서 방공망을 짧은 시간 내 무력화 됐다. 덕분에 게다가 이스라엘 공군의 주력 전투기 200여대에게 이란 영공의 문을 열어 주면서 제공권까지 장악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때 이스라엘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I ‘아디르(Adir)’가 상당한 역할을 맡아 이란 적진 깊숙이 있는 고가치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데 일조했다는 후문이다.
반격을 위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탄도미사일 1000기를 이스라엘에 발사하라고 명령했지만 실제 반격은 탄도미사일 100기 규모에 그치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 개월 주요 인사들의 동선과 미사일 배치를 파악해 온 첩보 활동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첩보를 통한 사전작업 이후 이어지는 고정밀 타격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지속적으로 실행해온 방식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의 보도에 따르면 정보기관 모사드의 이번 비밀작전은 여러 단계로 구성됐다. 그 중 요인 암살이 첫 단계였다. 이란군 수뇌부의 결정권자들이 제거 대상으로, 대상자 상당수는 자택 침실에서 최후를 맞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층아파트 내부에서 드론이 폭발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목표 대상자의 동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추가 암살 작전 암시로 이란 2차 압박
무엇보다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데에도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사드 특공대원들이 이란 내부에 정밀 유도무기를 밀반입했고 이런 무기는 작전 당일, 이란군의 지대공 미사일 포대를 공격하는 데 쓰였다. 이란의 지대공 무기 무력화해 이스라엘 폭격기가 이란 영공을 누비기 수월하게 한 것이다.
또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에 미리 자폭드론 기지도 구축했다. 드론은 수도 테헤란 인근의 지대지미사일 발사대를 표적으로 설정해뒀다가 역시 이란의 공격력을 약화하는 데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밀반입한 드론으로 러시아의 핵심 군사자산을 공격한 ‘거미줄 작전’과 비슷한 방식이다.
심지어 추가 암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암시하면 이란군 수뇌부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이미 암살당한 이란 지휘부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각 분야 2선의 지휘관들에게 위협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스라엘 측 관계자는 WP에 “누군가는 문틈 아래 편지로, 다른 사람은 전화로, 또 다른 사람은 배우자의 전화로 메시지가 전달됐다”며 이런 메시지는 “당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며 찾아갈 수 있다”는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해외정보국은 이스라엘군 정보부와 함께 수 년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성공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전직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정보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작전은 현대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성과 중 하나”라며 “전례 없는 수준의 정보 지배와 침투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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