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유출됐던 우리 문화유산이 한국의 기술을 통해 복원됐다. 당장 반환받지는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문화유산으로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 특별전을 선보인다고 23일 밝혔다. 미국 포틀랜드미술관의 ‘구운몽도(九雲夢圖) 병풍’, 덴버미술관이 소장한 ‘백동자도(百童子圖) 병풍’을 다룬 전시다. 이번 특별전은 ‘국외문화유산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 사업’으로 2023년 10월부터 약 1년간 보존 처리한 성과를 국내 관람객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구운몽도 병풍’은 김만중(1637~1692)이 지은 소설 ‘구운몽’의 주요 장면을 10폭에 나눠 묘사한 그림이다. ‘구운몽’은 17세기 말에 지어져 왕실에서 민간에까지 큰 사랑을 받았으며 이야기를 병풍에 그려 즐기는 풍조도 20세기까지 지속됐다.
19~20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병풍은 1910년경 이화학당 선교사였던 미국인 마리 엘리자베스 처치가 한국에서 학생 부모로부터 선물받은 뒤 귀국할 때 가져간 것으로 전한다. 이후 처치가 친구에게 선물한 병풍을 그 가족이 미술관에 기증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측은 “병풍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1913년 종묘 영녕전에서 춘향대제를 지낸 뒤 남은 음식을 기록한 문서, 용 그림 초본, 1933년 발간 신문 등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측은 소설의 내용과 다르게 그림이 배치된 부분을 바로잡고 기존의 직물을 참고해 병풍이 제작됐을 당시 모습에 가깝게 복원했다.
함께 보존 처리를 마친 ‘백동자도 병풍’은 동자, 즉 아이들이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평화롭게 노는 장면을 화폭에 담은 작품이다. 덴버미술관이 1970년 뉴욕에 있는 아시아 고미술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샀으나 언제, 어떤 경위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물관 관계자는 “병풍 속 틀에 바르는 종이로 일본에서 1960년에 발행된 신문이 발견된 점을 볼 때 19~20세기에 제작되고 1960년 이후 수리한 뒤 반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7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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