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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데이터로 보는 민생회복지원금 효과

■김지희 KAIST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 교수

소상공인 매출 '단기 처방'에 불과

성공 업장 10% 외엔 실적 떨어져

업종·지역별 분석…컨설팅 등 필요





소득 수준에 따라 1인당 15만 원에서 최대 52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이 이르면 7월부터 지급된다고 한다. 이번 정책을 두고 재정 건전성 악화나 물가 상승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정책 집행이 결정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소모적 논쟁을 넘어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그 성과를 다음 정책을 위해 냉철하게 분석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번 지원금은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다. 가계경제의 숨통을 틔워 소비를 진작하고 동시에 소비가 지역 상권에 집중되도록 해 소상공인을 도우려는 것이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의도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까. 다행히 우리에게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지급된 재난지원금이라는 비슷한 정책 경험과 데이터가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한국신용데이터(KCD)의 데이터를 통해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신속히 배분한 경기도와 지원금이 없었던 인천시의 소상공인 매출을 비교했다. 단기적 효과는 확실했다. 경기에서 인천 대비 소상공인 매출이 뚜렷하게 늘었고 증가 폭은 가계에 지급된 총재난지원금의 약 1.09배였다. 쉽게 말하면 가계에 지급된 100만원이 109만원의 소상공인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반면 카드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구의 종합적 소비를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 지급 시 가구의 순소비 증가액은 24만~40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이나 대형마트에서 쓸 돈을 지역 상점에서 사용하거나 남은 돈을 저축이나 부채 상환에 활용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가계부채 상환이나 저축으로 사용된 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계의 재무 건전성을 높여 미래 소비 위축을 방지하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민생회복지원금 역시 단기적 효과는 분명할 것이다. 문제는 장기적 선순환이다. 경기도의 ‘109만 원 효과’는 재난지원금 소비 기한 종료 후 사라졌다. 재정 투입이 일회성 ‘연명’이 아닌 ‘업그레이드’로 이어지도록 설계할 때 예산 효율성과 재정 건전성 논란도 완화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민생회복지원금이 장기적 선순환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데이터는 이 질문의 답을 찾는 데 힌트를 제공한다. 필자의 연구팀이 KCD와 공동으로 서울시에서 2019년 1월 이후 개업한 1만 5000여 외식 업장의 2019~2023년 매출을 인공지능(AI) 방법론으로 분석한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지속적으로 매출이 성장한 업장은 10%에 불과했고 약 60%는 개업 2년 만에 매출이 급감했다. 또한 첫 6개월의 매출 패턴만으로 이후의 성장 궤적을 예측할 수 있었다. 즉 소상공인 대부분이 높은 실패 확률을 안고 출발하며 사업의 성패는 개업 초기에 이미 윤곽이 드러난다.

지역 상권의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둔다면 이번 지원금 역시 ‘단기 처방’에 머물 수밖에 없으며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접근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업장·지역별 매출 흐름과 같은 지역 경제 활성화 정도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맞춤형 지원을 신속히 투입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지원금 집행 초기에는 과거 매출 패턴을 토대로 컨설팅을 제공하고 지원금 집행 이후 매출이 꺾이는 업장에는 조기 구조 전환·교육 프로그램을 결합한 ‘후속 패키지’를 배치할 수도 있다. 또 업종·지역별 효과가 갈리는 원인을 찾아 단기 상승에 그치는 업장과 지속 성장하는 업장의 차이를 규명할 데이터 기반 평가 체계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정밀 모니터링과 분석이 뒷받침될 때 이번 민생회복지원금은 의도한 성과를 달성하고 다음 정책 설계의 과학적 토대가 될 것이다.

끝으로 거시 경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지만 변화의 진짜 모멘텀을 만드는 것은 결국 현장의 주체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번 지원이 소상공인들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사업을 재점검하며 정부의 다른 지원책을 탐색할 수 있는 ‘전략적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민생지원금이 일회성 처방이 아니라 지역 경제 생태계를 강화하는 출발점이 돼 지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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