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국가들과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 가장 핵심이 되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의 분야에 인재 영입도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관련 분야 인력 확보가 곧 기술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중국에서도 억대 연봉을 내걸고 인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인데요. 해당 분야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인력난은 수 년 내에 해결될 기미가 없습니다. 대학 입시생들에게도 AI를 비롯한 이공계 지원에 대한 인기가 사그러들지 않는 분위기인데요. 상위 0.01%의 학생들이 의대로만 몰리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앞으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을 우려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중국에선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해당하는 ‘가오카오’(高考)가 끝났습니다. 이제 수험생들은 결과가 발표되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데요. 벌써부터 올해 어떤 전공이 인기를 얻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19일 제일재경에 따르면 바이두의 대학입시 인기검색 빅데이터 플랫폼을 확인한 결과, AI가 올해 가장 인기있는 전공에 올랐습니다. 이어 비즈니스 영어, 전기공학 및 자동화가 뒤를 이었습니다.
중국의 고등교육 데이터 및 컨설팅 회사인 MyCOS에서 발표한 최신 ‘2025년 고용 블루북’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는데요. 2025년 ‘그린카드 전공’(취업률, 연봉, 고용 만족도가 높고 시장 수요가 증가하는 전공 분야)은 전기공학 및 자동화, 마이크로전자공학, 기계전자공학, 신에너지공학, 차량공학, 로봇공학 등 모두 공학 분야 전공입니다.
중국에선 2018년 AI 전공이 처음으로 승인돼 확대되는 추세인데요. 고등교육 전문 평가 기관인 차이나 랭킹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까지 불과 7년 만에 621개 대학이 AI 전공을 등록하고 승인을 받았습니다.
2024년 중국 대학 전공 순위에 따르면 AI 전공이 A등급 이상을 받은 대학은 53개입니다. 이 중 칭화대, 상하이자오퉁대, 난징대, 시안전자과학기술대, 저장대, 중국과학기술대, 중국전자과학기술대, 화중과학기술대, 동남대, 하얼빈공대 등 10개 대학이 A+등급을 받았습니다. 이어 시안자오퉁대, 서북공업대, 베이징대, 베이징항공우주대, 중남대, 중산대, 쓰촨대, 푸단대, 베이징이공대, 퉁지대 등 43개 대학이 A등급 전공으로 평가됐습니다.
AI의 지속적인 인기는 시장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에 기인하는데요. 인적자원사회보장부의 ‘신규 직종-AI 공학 및 기술 인력 고용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는 500만 명이 넘는 AI 전문 인력이 부족하며, 수요 대비 공급 비율은 1:10에 불과합니다.
상위 등급으로 분류된 대학의 다수는 AI 전공의 구성을 조정하고 학제간 인재를 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칭화대 AI학원은 지난해 4월 공식 설립돼 컴퓨터 과학 분야 최고 상인 튜링상 수상자이자 중국과학원 원사인 야오치즈가 학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야오치즈는 학원이 ‘AI 핵심 기초 이론 및 구조’와 ‘AI+X’라는 두 가지 핵심 방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리루밍 칭화대 총장은 “100개의 AI 기반 교육 시범 과목을 구축하고 2024학년 신입생 전원에게 ‘AI 성장 보조도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공계가 강점인 중국과학기술대(USTC)도 지난해 6월 AI 및 데이터 과학 학원을 설립하고, 대학 입시를 통해 AI 전공 신입생을 직접 모집했습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AI 과학기술 인재반에 진학해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위한 인재 양성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푸단대는 지난해 가을 학기에 ‘AI 강좌’를 개설하기 시작했으며, 2024-2025학년도에는 모든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AI 분야 강좌를 최소 100개 개설할 예정인데요. 모든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본교의 AI-BEST 강좌 시스템은 AI 일반 기초 강좌, AI 전문 핵심 강좌, AI 주제 심화 강좌, AI 수직 응용 강좌 등 네 가지 차원으로 설계됐습니다.
대학 전공 선택은 취업 전망과도 연계됩니다. AI 외에도 바이두의 대학 입시 빅데이터 인기 검색어 목록에 오른 전기공학 및 자동화 학과는 매년 대학 입시 전공 인기 검색어 목록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지난 5년간 학부 그린카드 전공 목록에는 전기공학 및 자동화 학과가 4번이나 순위에 올랐는데요. 전기공학 및 자동화 학과는 현대 과학기술 분야의 핵심 학문 중 하나입니다. 광범위한 공학 분야로 전통적인 전자, 회로, 통신, 제어 및 기타분야의 기술과 연구를 포함하는데요. 국가전력망, 발전소, 반도체 설계 등도 전기공학의 주요 분야입니다.
이렇게 중국 내 인재들은 이공계, 특히 최근 새롭게 떠오른 AI와 전통의 전기공학 및 자동화 학과가 몰리는 것은 중국 내 취업 수요가 로봇 분야로 집중되고 있는 것과도 연관이 큽니다. 중국에선 로봇 기술의 발전에 따라 세계 로봇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모건스탠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로봇시장 규모는 2024년 470억 달러(약 63조9000억원)에서 2028년 1080억 달러(약 147조원)로 연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중국의 세계 로봇시장 점유율이 약 40%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지배적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중국의 채용 플랫폼인 즈롄이 발표한 ‘2025 로봇 산업 인재 육성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 내 로봇산업 일자리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 구직자 수는 32% 각각 증가했습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는 같은 기간 일자리와 구직자가 각각 409%, 396% 급증해 수요와 공급이 모두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수요는 늘어나지만 기업들을 만족시킬 인재가 부족하다 보니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입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기술직 중 내비게이션 및 위치 추적 엔지니어, 로봇 알고리즘 엔지니어, 시뮬레이션 엔지니어 등은 다른 기술직에 비해 문턱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다 전문 지식과 고급 기술 능력에 대한 요구가 까다로워 인재가 부족한 분야로 꼽힙니다.
올해 2월 유니트리가 낸 채용 공고에서 가장 높은 급여가 책정된 분야는 딥러닝 알고리즘 엔지니어였습니다. 월급이 4만위안(약 768만원)에서 7만위안(약 1344만원)이고, 연봉 기준으로는 90만위안(약 1억7285만원) 이상으로 추산됐습니다.
즈롄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분야에서 로봇 알고리즘 엔지니어와 기계 구조 설계 엔지니어 신입의 평균 월급이 각각 3만1512위안(약 605만원), 2만2264위안(약 427만원)이라고 전했다. 5년 이상 업무 경력이 필요한 로봇 알고리즘 분야의 월 급여는 3만8489위안(약 739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의 한 헤드헌터는 “일선 제조업체의 핵심 기술 인재 연봉은 현금, 주식 등을 포함해 약 100만위안(약 1억9199만원)에 달하고, 구인난이 이어지면 연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정적인 고용과 높은 연봉이 취업의 우선 순위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 보니 한국에선 의대로 인재가 몰리는 상황인데요.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AI와 로봇 분야에 대한 인재 확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분야의 전공에 대한 인기가 올라가고, 취업 시장에서도 연봉이 올라가는 중국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김광수 특파원의 ‘중알중알’은 ‘중국을 알고 싶어? 중국을 알려줄게!’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뉴스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특성을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구독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유익한 중국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