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준공 사업 미이행을 둘러싸고 신탁 업계에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신탁사 전·현직 임직원의 금품수수 혐의와 내부 비리 등으로 검찰 수사까지 겹치며 신탁 방식을 선택한 재건축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은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단지 재건축 신탁 사업에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이달 4일 재건축준비위원회에 공식 전달했다. 신한자산은 최근 정부의 신탁업 규제 강화와 내부 경영 이슈, 손해배상 소송 대응 등을 참여 불가의 이유로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목동 1단지 재건축 사업은 올해 3월 우리자산신탁과 신한자산신탁이 공동으로 예비 신탁사로 선정돼 업무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 신한자산의 불참 의사 통보로 목동 1단지 재준위는 회의를 거쳐 협약대상자를 우리자산신탁 단독으로 결정하고 협약 체결 예정이다. 다만 급변하는 신탁업계 상황과 금융정책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향후 사업에 지장이 발생할 경우, 다른 신탁사와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이 협약 내용에 포함됐다.
앞서 신한자산은 올해 4월에 전현직 임직원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재건축 사업 수주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두 달 만에 돌연 신한자산이 발을 뺀 것에 대해 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미이행 관련 소송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신한자산은 경기도 평택 물류센터 관련 책임준공 손해배상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신한자산이 대주단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원리금 256억 원을 전액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업계는 재건축 단지 중 신탁 방식에서 조합 방식으로 선회하는 곳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책임준공형 사업 손실에 따른 부동산 신탁사 부담이 늘어난데다가 7월부터 정부의 신탁사 건전성 강화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하나자산신탁, 교보자산신탁 등 13개 부동산신탁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신탁사의 지난해 평균 부채비율은 97.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56.3%) 대비 41.1%포인트 오른 수치다. 특히 신한자산신탁의 부채비율은 전년(22.6%)에서 155.2%로 7배 수준으로 올랐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책준형 사업 손실로 신용도가 낮아지고 분양업체로부터 수 억 원대 뒷돈을 받은 한국자산신탁 전 임직원이 지난달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는 등 신탁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며 “기존에는 조합 방식보다 투명하고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으나 이제는 장점보다 불안 요소가 더 커져서 신탁방식 정비사업 인기가 식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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