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3월 쌍용건설은 이란 정부로부터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하르그섬의 원유 저장탱크 공사를 수주했다. 당시 이 섬에 있던 수십 개의 원유 저장탱크 중 상당수는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이라크군이 이곳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이 따낸 공사는 100만 배럴 규모 탱크 5개, 50만 배럴 규모 탱크 1개와 부대 시설을 보수하는 것이었다. 쌍용건설은 연 인원 14만 명과 장비 50여 대를 투입해 수주 3년여 만인 1993년 6월 공사를 완료했다. 공사 도중 걸프전 발발로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는 등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공기를 2개월 이상 단축했다.
하르그섬은 이란 본토에서 남쪽으로 25㎞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섬이다. 이 섬은 15세기 프랑스 탐험가에 의해 발견된 뒤 네덜란드·영국에 잇따라 점령 당했으나 19세기 이후 페르시아 제국의 소유가 됐다. 2007년 이 섬에서 페르시아 왕조 시대의 설형문자로 쓰여진 비문이 발굴되기도 했다. 하르그라는 이름은 원주민이 사용한 방언인 하르기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란은 1960년대 이 섬에 원유를 보관할 수 있는 탱크를 밀집해서 설치하는 한편 유조선이 접안해 원유를 선적할 수 있도록 대형 터미널도 만들었다. 하르그섬이 이란의 주요 유전 지대에서 가까워 수출항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란 원유 수출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섬은 전체 석유 수출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하르그섬이 이스라엘의 공격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WSJ는 “이스라엘이 테헤란의 석유 자금을 차단해야 한다는 유혹을 느낄 것”이라며 “이란 유조선 대부분이 출항하는 하르그섬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월가에서는 이 섬에 대한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전쟁 상황을 주시하면서 원유 수송 우회로 확보 등 만반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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