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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는 감각의 세계…예술, 경험으로 완성되다

■상설 전시공간 '그라운드' 개관

원주 뮤지엄산에 자연친화 전시관

울림 증폭되는 판테온 형태로 설계

최상의 시각·청각·촉각 경험 선사

안도 타다오·안토니 곰리 첫 협업

곰리 대표작 '블록워크' 7점 설치

개관 기념 대규모 개인전도 개최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산에 조성된 그라운드의 모습. 사진 제공=뮤지엄산




안토니 곰리가 뮤지엄산의 상설 전시 공간 그라운드 내부에 설치된 자신의 조각 블록워크 옆에 앉아 있다. 사진 제공=뮤지엄산


강원도 원주시 푸른 산자락 아래 자리 잡은 미술관 뮤지엄 산(SAN)에 자연과 건축, 예술이 어우러진 새로운 명소가 탄생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안토니 곰리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첫 협업으로 완성된 상설 전시 공간 ‘그라운드(GROUND)’가 문을 연 것이다. 지름 25m, 높이 7.2m의 대형 돔 형태로 로마 판테온을 떠올리게 하는 이 지하 공간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작품이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 푸른 산맥과 맞닿은 입구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 공간을 공명하는 소리가 곰리의 대표 조각 연작인 ‘블록워크’ 7점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그라운드 개관을 하루 앞둔 19일 한국 기자들과 만난 곰리는 “삶과 예술의 관계를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라고 공간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그라운드의 핵심은 관람객의 ‘경험’이다. 관람객이 공간 안으로 들어와 작품과 교감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곰리는 “작품이 악기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이 악기를 어떻게 연주할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며 “하지만 연주는 계속될 것이고 사람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산에 조성된 그라운드에는 벤치에 앉아 그라운드 내부를 바라볼 수 있는 관람 공간도 마련돼 있다. 사진 제공=뮤지엄산


19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안토리 곰리. 사진 제공=뮤지엄산


이는 곧 작가의 예술 세계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곰리는 인체를 형상화한 조각을 통해 보편적 인간 경험을 탐구하는 한편 인체(물질)가 차지하는 공간과 주변의 비어있는(비물질) 공간 간의 경계를 탐색해온 예술가다. 그의 조각은 고정된 오브제라기보다 관람자의 신체적 참여와 감각적 인식을 통해 의미를 생성하는 ‘촉매’에 가깝다. 그는 “내 작품은 사실 ‘인간이 이 세계의 어디쯤 위치해 있는가’라는 질문을 실체로 만든 것”이라며 “관람객이 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리느냐가 나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실제 타다오와 곰리의 ‘그라운드’는 우리 몸이 딛고 선 땅 그 자체이자 경험을 이끄는 하나의 장으로 기능한다. 공간 설계와 작품 배치는 모두 관람자의 경험과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선택됐다. 우선 관람자들은 지상 입구를 시작으로 긴 계단을 따라 내려가 넓은 유리창으로 가로막힌 원형의 거대한 지하 공간을 바라보게 된다. 곰리가 ‘관찰의 방’으로 부르는 이 장소에서 관람자들은 그라운드의 내부를 관조적으로 고요히 관찰할 수 있다.



이곳이 그라운드의 ‘눈’이라면 관람객이 직접 걸어들어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메인 공간은 ‘귀’다. 소근거리는 작은 소리도 크게 증폭되는 이 공간에서는 청각이 특히 예민해진다. 곰리는 “공간이 귀 역할을 하게끔 울림을 기획했지만 이렇게 크게 증폭된 것은 예상 밖”이라면서도 “큰 울림을 통해 생동감이 더해졌고 우리의 감각도 더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간 곳곳에는 곰리의 블록워크 7점도 놓였다. 블록워크는 견고한 철제 블록이 켜켜이 쌓여 인체 형상을 이루는 조각으로 단순하면서도 묵직한 존재감이 특징이다. 곳곳에 서 있거나 앉거나 심지어 누웠다. 곰리는 일본 교토 료안지의 흰 자갈 위에 놓인 15개의 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고요하고 정지된 정거장 역할을 하는 단단한 질량감이 필요했다”며 “조각들은 관람자의 다양한 참여를 이끄는 한편 공간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일종의 배터리 역할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산의 청조갤러리 3개관에서는 안토니 곰리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 스틸로 인체 형상을 표현한 곰리의 조각 연작 ‘리미널 필드’가 보인다. 자료 제공=뮤지엄산


뮤지엄산은 그라운드 개관을 맞아 20일부터 청조갤러리 3개관에 걸쳐 곰리의 대규모 개인전 ‘드로잉 온 스페이스’도 개최한다. 인간의 몸을 중심에 둔 곰리의 예술 여정을 조망하기 위해 영국에서 조각과 설치, 드로잉 및 판화 총 48점을 공수해 국내 최대 규모로 준비했다. 스틸로 인간을 기포처럼 가볍고 유동적인 형태로 표현한 ‘리미널 필드’ 연작 7점은 그라운드의 단단한 블록워크 조각들과 대조적인 매력을 뽐낸다. 우주 천체가 중력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운동을 36개 스틸 원형 구조물로 표현한 ‘올빗(Orbit) 필드 II’는 특히 놓치기 아쉬운 작품이다. 3관 전체를 가득 채운 작품은 관람자들이 허리를 숙이고 몸을 기울이며 작품 사이를 통과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개인전은 11월 3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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