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업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세금을 피하기 위해 관세 공학(tariff engineering)을 활용하고 있다. 제품의 재료나 크기, 구성을 변경해 세금이 더 낮은 카테고리로 물품을 신고하는 방식으로, 셔츠에 주머니를 달아 '기능성 의류'로 신고하거나, 운동화 밑창에 고무 대신 천을 덧대어 '슬리퍼'로 분류하는 식이다.
18일(현지 시간) CNBC는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제품 분류를 재고하고 세금을 낮추기 위해 '관세 조작'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품 특성을 실제로 변경할 경우 이같은 세금 회피술은 불법이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무역 변호사들은 미국 정부가 특정 제품에 대한 면세 혜택을 마련해 기업들이 관세 조작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로펌 '바른즈, 리처드슨 앤 콜번'의 파트너 데이비드 포그는 "4월 광범위한 상호관세가 발표된 뒤 몇몇 해외 제조업체가 낮은 관세를 받기 위해 최종 제품에 철강 및 알루미늄을 묶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산을 제외한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하면서 이같은 움직임은 다시 중단됐다.
미국 세관 당국이 관세를 부과할 때 사용하는 제품 분류 코드는 5000개 이상이다. 워싱턴DC에 있는 '켈리 드라이&워렌'의 세관 변호사인 존 푸트는 "관세 공학은 합법적으로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중 하나"라며 "전략적 설계 선택을 활용하는 것은 불법이거나 부적절한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캠핑카를 생산하는 미국의 제조업체 '위네바고 인더스트리즈'도 지난 3월 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세 공학 및 연기를 포함한 효과적인 세금 완화 전략을 개발하고 시행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스포츠웨어 회사 컬럼비아는 여성용 셔츠 허리 부근에 작은 지퍼 포켓을 추가해 '기능성 의류'로 분류했다. 신발 제조업체 컨버스는 대표 상품인 올스타 스니커즈 밑창에 고무 대신 털이 달린 펠트 원단을 추가해 운동화가 아닌 슬리퍼로 분류를 바꿔 관세를 대폭 인하했다.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소매가 달린 푹신한 담요인 '스너기스'는 2017년 의류가 아닌 담요로 분류해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반면 해석의 차이로 벌금을 문 사례도 있다. 자동차회사 포드는 수년간 소형 밴을 승용차로 수입하다가 2열 좌석을 제거하고 화물차로 판매했다. 이같은 분류를 통해 포드는 25% 부과되던 관세를 2.5%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지난해 판결에서 "포드가 화물 밴을 잘못 분류했으며, 뒷줄 좌석은 승객을 태우는데 사용되도록 의도된 적이 없고 사용된 적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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