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통해 셔틀외교 재개 의지를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자”고 제안했고, 이시바 총리는 “국교정상화 60주년으로 기념비적인 올해 정부·기업·국민 간 교류가 더 많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특히 대통령실이 양국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고 전하면서 글로벌 경제 및 지정학적 위기에서 공동 전선을 펼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템을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포머로이 캐내내스키스 마운틴 로지에서 이시바 총리를 약 30분간 만나 교류 활성화와 양국 간 협력 및 공조에 이해를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일본과 한국과의 관계를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며 “작은 차이와 의견의 차이들이 있지만 그런 차이를 넘어서서 한국과 일본이 여러 면에서 서로 협력하고, 서로에게 도움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통상환경이나 국제관계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 가까운 관계에 있고 또 보완적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늘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미래지향적으로 조금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9일 취임 후 이시바 총리와의 첫 전화통화에서도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자”고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통상 문제 등 글로벌 경제 문제에 한일 양국이 공동전략을 구축해 극복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시바 총리도 “이 대통령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렇게 직접 만나 뵙는 것은 처음이지만 일본 TV방송에서는 매일 나오신다. 그래서 처음 뵙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얼마 전 서울에서 국교정상화 60주년 리셉션이 개최됐고 많은 분들 참석하셨다고 들었다. 이 대통령은 이번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못 가셨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메시지를 주셨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화답했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논의됐지만 국제 정세는 정말 대단히 엄중해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중동·아시아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에 공통적인 요소들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 대통령과 저 그리고 정부 간, 기업 간 뿐만 아니라 국민 간 교류도 60주년을 계기로 많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양국 간 협력과 공조가 이 지역, 세계를 위해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그런 관계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이 과거를 딛고 미중 갈등, 보호무역주의, 전쟁의 위협 등 현실적 난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을 비롯해 환율, 방위비 분담금 등 한국과 일본이 공통적으로 다뤄야 할 외교 현안이 산적한 만큼 양국의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점도 이날 회담에서 강조된 부분이다. 실제 한일 정상은 북한 문제를 포함한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키고 한일 간 협력도 심화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셔틀외교’ 재개에 대한 의지도 양 정상은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은 “셔틀외교 재개를 위해 당국 간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며 “한일 정상은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당국 간 보다 활발한 대화를 통해 상호 국익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을 계속 논의해 나갈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첫 한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보다 진전된 협력 관계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을 당부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공조 의지를 다지는 내용의 긍정적인 대화가 오간 것은 대일 외교의 출발선을 잘 끊었다는 의미”라며 “국제 정세 속에서 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은 다자 외교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상견례 자리에 가까웠지만 이르면 다음 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등 향후 양국이 회동하는 자리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의제를 놓고 진전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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