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6일(현지 시간) 새로운 미국·영국 무역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된 양자 회담에서다.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90일간 유예한 후 개별 국가와 협정을 최종 타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지난달 8일 전화 통화에서 기본 합의를 도출한 데 이어 이날 서명을 통해 협상 절차를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우리는 방금 협정문에 서명했고 끝났다. 우리의 관계는 환상적”이라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도 “이번 협정은 자동차와 항공우주 분야에 적용되는 매우 중요한 합의”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영국 경제 번영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에 대해 연간 10만 대 규모로 쿼터(할당량)를 설정하고 10%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이 외국산 차량에 부과하고 있는 25% 관세보다 낮은 수준이다.
영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당분간 기존의 25% 관세가 유지된다. 다만 영국이 공급망 보안 및 생산 시설 소유권과 관련해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할 경우 관세율이 0%로 내려갈 수 있다.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영국 2위 철강 업체 브리티시스틸의 경영권을 영국 정부가 인수했음에도 법적 소유권이 여전히 중국 징예그룹에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부과 중인 의약품 및 원료에 대한 관세 조치에서 영국산 제품에 대해 우대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영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미국산 소고기, 에탄올, 스포츠 용품 등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100억 달러 규모의 보잉 항공기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협상 진전을 모색했지만 뚜렷한 진척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는 30일 이내 무역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는 실무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하는 데 그쳤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으나 관세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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