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의 아랍계 주민 차별이 이란 공습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아랍계 주민들이 이란의 공습에 사실상 무방비 노출됐다는 것이다.
15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은 “이란 미사일이 이스라엘 북부 아랍계 마을 탐라에 떨어져 일가족 4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항구도시 하이파를 겨냥한 미사일이 인근 탐라로 떨어진 것이다.
2022년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아랍계 이스라엘인은 이스라엘 인구의 21%를 차지한다. 1948년 건국 당시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한 팔레스타인계 후손으로 약 200만 명에 달한다. 가자·서안지구 주민과 뿌리는 같지만 이스라엘 국적 보유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문제는 이들을 위한 대피소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대부분 이스라엘 마을엔 지하 대피소가 있지만 탐라엔 단 한 곳도 없다. 무사 아부 루미 탐라 시장은 CNN에 “이스라엘 정부는 건국 이래 아랍 사회 공공 대피소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유대계 주민들의 반응은 충격적이다. CNN은 “미사일이 탐라에 떨어지자 유대계 주민들이 환호하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고 전했다. 영상에 따르면 일부는 “너희 마을이 불타길”이라며 반복해서 외치기도 했다.
이는 76년간 지속된 구조적 차별의 결과다. 5명 중 1명이 아랍계임에도 이들은 유대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2등 시민’ 취급을 받아왔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자국민 보호에도 인종·종교 차별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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