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은 단순한 놀이 도구를 넘어 아이들의 감성·창의성·사회성을 길러주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아이들의 관심 속에서 한때 사랑받던 장난감은 금세 외면받고 쌓이기 일쑤다.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에 ‘새 상품 같은 중고 장난감’이 늘고 있는 이유다. 불황이 길어지며 소비자들의 실용적 판단이 앞서고 있는 셈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문화는 환경 측면에서는 반가운 흐름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매년 버려지는 폐장난감은 약 240만 톤에 달한다. 장난감 대부분이 플라스틱에 고무, 금속이 결합된 복합 소재로 분리와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폐기되는 장난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리사이클 디자인은 물질 자체를 분해하고 재가공해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고 업사이클 디자인은 원래의 형태와 쓰임을 창의적으로 변화시켜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접근이다. 장난감을 자원으로 본다면 단순한 재사용을 넘어 ‘순환의 철학’을 담은 디자인으로 확장할 수 있다.
서울은 지금 장난감을 중심으로 새로운 자원 순환 모델을 실험 중이다. 올 4월 서울디자인재단·서울시50플러스재단·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서울형 세대이음 자원순환도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목표는 분명하다. 장난감의 순환 체계를 구축해 시니어 일자리를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돌봄의 질을 높이려는 것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친환경 디자인 기반의 재사용 프로세스를, 50플러스재단은 시니어의 기술과 경험을, 여성가족재단은 아동 돌봄과 연계된 가치 확산을 맡는다.
이를 위해 서울디자인재단은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과 협력해 장난감 기부 캠페인을 운영 중이며 연내에는 서울새활용플라자에 장난감 순환을 위한 전용 공간도 문을 연다. 아이가 자라며 쓰지 않게 된 장난감을 기부하고 시니어가 이를 수리하고 세척하며 다시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이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자원 재사용이 아니다. 세대 간의 돌봄과 경험, 환경 감수성이 얽힌 복합적 순환 구조이자 디자인적 실천이다.
이달 5일에는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2025 생태전환 교육 한마당’을 개최했다.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버려지는 자원 소재와 디자인, 제조, 유통을 한곳에 모은 복합문화공간인 이곳 새활용플라자에서 2500여 명의 학생들은 새활용 체험을 통해 환경 문제와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직접 배웠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는 약 47톤 이상의 새활용 소재가 거래됐다. 이는 30년생 나무 2374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이며 축구장 면적 8.31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휘발유 차량으로 서울과 부산을 153.8회 왕복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인 셈이다.
물론 5년간의 누적 실적으로만 보면 그 수치가 다소 미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시민 참여와 디자인 실천을 통해 자원 순환 문화를 확산시켜온 의미 있는 첫걸음이며 앞으로의 확장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다.
버려지는 것이 곧 쓸모없음이 아닌 시대다. 디자인은 사라질 물건에 다시 의미를 부여하고 도시의 작동 방식을 순환 구조로 바꿔낸다. 장난감의 두 번째 생은 그 자체로 환경 교육이자 세대 공감이며, 미래 도시를 위한 가장 따뜻한 디자인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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