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군사 공격을 통해 이란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고 밝히며 공습 목적이 ‘이란 체제 전복’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란에서는 이스라엘 공습 이후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앞다퉈 도시를 빠져나가는 등 동요하는 분위기가 확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5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 교체도 군사 노력의 일부인가’라는 질문에 “이란 정권은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분명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악한 정권의 탄압에 맞서야 한다. 그들(이란 정권)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란 국민의 ‘봉기’를 부추기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갔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공습 이틀째인 14일부터 가스전과 유류 저장고 등 에너지와 산업 시설로 타깃을 넓히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공습하고 정부 부처와 공항·경찰서 등을 타격하는 것도 이란의 민심을 동요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직 공무원의 인터뷰를 인용해 “(이란 공습은) 핵 프로그램 제거보다는 정권 교체가 목적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잇따라 공습을 당한 테헤란 등 이란의 주요 도시 고속도로에 피란을 떠나는 차량이 길게 늘어서는 등 이스라엘의 작전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테헤란에서 원인 불명 사고로 하수관이 파열되면서 분뇨가 거리에 흘러넘치고 자동차들이 드론 공격 등으로 잇달아 폭발한 것도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공작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반체제 매체인 이란인터내셔널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공습 직후 테헤란 북동쪽에 있는 지하 벙커에서 은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국민들이 공포에 질린 사이 자신은 공습을 피해 모처로 피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최초 공습 당시 하메네이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만류로 실행되지 못했다는 보도 역시 나왔다. 이스라엘이 하메네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제거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실제로 주요 외신들은 하메네이 정권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춘다면 보복도 중단할 것”이라는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의 전날 발언 역시 이러한 상황 인식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저항의 축’이라 불리며 대리전을 펼쳐온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티 등 무장 정파들은 사실상 와해 상태다. 이란 내부에서도 히잡 의무화 반대 시위를 비롯해 젠더·세대 시위가 이어지며 균열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 군사 지원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에 방어용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THAAD)을 배치한 미국이 공중급유기 최소 30대를 대서양 동쪽으로 이동 배치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전투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을 대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스라엘의 의도대로 이란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란 국민들이 체제 불만과 별개로 자국을 공격한 시온주의자(이스라엘)들에 대한 강력한 분노와 적개심을 갖고 있는 만큼 끝까지 맞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교전 나흘째인 16일 현재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이란 로켓 공격으로 수십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으며 이란 당국은 나흘 동안 발생한 사망자만 200명을 넘었으며 사상자의 90%가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 분관 건물도 이란 공습으로 경미한 피해를 입었다. 이런 가운데 관영 타스님통신은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향후 발사 횟수를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측은 “이란 상공을 완전히 장악했고, 이란 보유 미사일 발사대 3분의 1을 파괴했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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