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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정책과제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수출 제품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베이비부머 소비력으로 내수진작

여야 구분 없이 집단지성 발휘를





이재명 대통령의 과제는 엄청나다. 대통합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경제문제일 것이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추경을 편성하는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급한 불은 끄겠지만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일부에서는 베네수엘라화를 걱정하고 있다. 기본소득 배포 등 ‘기본’ 시리즈에 집착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만기친람 아닌 현장 중시, 철저한 지방 자율성 부여, 인구구조를 파악한 세대 정책을 주문하고 싶다.

성장 정책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현 세계 경제 질서는 지난 50년 동안 범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사건이 만들어낸 결과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인한 미국의 달러 경제 주도권 지속,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가속화된 세계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진작용 세기적 돈풀기 등 3개의 사건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경제 규모는 총량 기준으로 연간 100조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2013년 전 인류의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고 나서 세계 성장률이 3%대 이하로 낮아졌다. 전통 산업화가 끝난 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국 주도의 반세계화도 문제다. 세계 경제활동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연간 평균 47.4%(2007~2023년)였다. 그만큼 수출입이 세계 발전을 견인했다. 우리도 세계화를 적절하게 활용,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대를 넘어서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수출입 비중은 77.3%로 홍콩이나 싱가포르까지는 아니지만 대외 경제 통상 국가로 정체성을 잡아가고 있다. 올해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세계는 더욱 보호주의 색채를 띄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 개연성이 있다. 경제의 핵심은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만들어내고 이를 소비함으로써 생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이 순환 구조가 벽에 부딪히고 있다. 1층 상가의 공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전 세계적 디지털화에 따라 구태여 매장에 가지 않더라도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현재 진행형인 인공지능(AI)의 실용화에 따라 일자리 소멸이 가속화된다. 정보의 수집·정리, 단순 작업의 체계화 등으로 많은 직업군을 앗아가고 있다. 상가의 공실만큼이나 심각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전통 경제학에서 주창하는 성장의 동인이 현재로서는 고갈됐다. 식민지 획득 등 자원의 새로운 발견이나 재배치, 문화의 친경제성 고양, 핵심 신기술의 발견, 그리고 정책의 획기적 변화에서 할 것은 다해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미국 내의 성장 지속을 위한 자원 획득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약방의 감초 격으로 규제 개혁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정말 규제 때문만일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천하의 대통령이라도 범세계적 초과 공급 하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결국 여야 구별 없이 종합적인 집단지성에 의존, 그 해법을 찾아내고 실천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세계 평균 대외개방지수보다 약 30%포인트 높다. 교역의 경제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수출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유효수요가 있는 수출지를 개척해야 한다. 말같이 쉽지 않다. 공공기관이 파견한 현지 외교 기구들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대륙별 거점 공관을 구축, 활성화해 조기에 현지 수요라도 적기에 확인해야 한다. 한상조직과 한국 유학생 출신자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체계화해야 한다.

또 하나가 내수 중시다. 최초의 10% 대학생 세대인 베이비 부머가 은퇴하고 있다. 이들의 소비력을 내수 진작에 활용해야 한다. 사회초년생에 대한 사회 정착 지원 등 세대정책부라도 만들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허리 세대 보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 활성화도 중요하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고는 하지만 내수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국토를 현대적인 삶의 터전으로 일신, 주거 환경도 개선하고 관광객이 자연히 찾아오는 지역으로 변모시켰다. 지방의 정책 담당자가 중앙 지시를 단순 이행하는 대신 자율성을 높여 정책을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과욕을 부리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쉬운 것부터 철저하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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