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꽁꽁 숨겨왔던 핵 전력의 핵심 무기 전력을 전개 공개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중앙TV(CCTV)는 지난 5월 2일(현지 시간) 방송에서 중국의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DF)-5’가 TNT 폭발력 300만∼400만t급 핵탄두 1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TNT 폭발력 400만t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약 200배 위력이다.
또 최대 사거리가 1만 2000㎞로 미국 본토와 서유럽을 타격할 수 있고, 정확도는 500m 이내라고 밝혔다. 길이는 32.6m, 직경은 3.35m, 발사 중량은 183t에 달하다.
중국은 그간 자국 핵 프로그램, 특히 특정 미사일 능력에 대해 비밀을 유지해왔다. CCTV 스스로도 “둥펑-5의 제원은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만과의 군사적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중국이 미국 견제 차원에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군사전문가 쏭중핑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국이 그동안 세계에 보여주지 못한 훨씬 더 강력한 군사적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은 지난 2024년 9월 중국 인민해방군 소셜미디어 계정인 중국군호(中國軍號)는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태평양으로 44년 만에 처음 ICBM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당시 발사된 ICBM은 ‘둥펑(DF)-31 AG’로 2017년 7월 내몽골에서 열린 중국 인민해방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때 공개된 바 있다. 발사 차량이 비포장도로를 지나갈 수 있어 추적해 파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결성 3주년을 맞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또는 2024년 4월 필리핀에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배치한 미군 등 견제 목적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AP 통신은 이 시험발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에 예정된 전화 통화보다 몇 주 앞서 이뤄졌다며, 중국이 핵 능력을 과시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전문가들 분석을 전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관영매체 중앙TV(CCTV)를 통해 자국 핵무기의 제원 일부를 처음으로 공개해 눈길을 끈다. 중국은 핵무기에 있어 ‘선제불사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비핵국가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늘 강조한다.
둥펑(DF)-5는 중국이 핵보유국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데 중요한 수단으로 중국이 대륙 간 타격 능력을 갖춘 국가로 인정받는데 일조한 무기 체계다. 1970년대 초 개발돼 1981년 실전배치된 둥펑(DF)-5는 중국 핵 억지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꾸준히 계속해와 다탄두 탑재가 가능한 둥펑(DF)-5 파생형들도 만들어졌고, 둥펑(DF)-31과 둥펑(DF)-41 같은 최신형 ICBM도 등장했다.
서방 언론들은 중국의 이례적 정보 공개가 진일보된 신형 미사일 등장을 암시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둥펑(DF)-5의 제원을 상세 공개한건 이미 역할을 다한 구형 시스템의 단계적 퇴출 과정이라는 추정이다. 아울러 아직 공개하지 않은 훨씬 더 강력한 핵무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중국이 지속적으로 핵전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대해 미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2024년 기준으로 중국이 600기 이상의 실전 배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2030년까지 1000기 이상으로 늘릴 거라고 전망한 바 있다.
중국은 단일 핵탄두가 기본인 미국의 핵 전력과 달리 둥펑(DF)-5 다탄두버전(MIRV) 등 다양한 탄도미사일 전력을 확보해 왔다. 이동식 시스템인 둥펑(DF)31, 둥펑(DF)-41 등 현대형 ICBM도 운용 중이다. 2024년 40년만에 처음으로 ICBM 공식 시험발사를 인정하기도 했다. 당시 모의탄두는 태평양으로 발사됐고 둥펑(DF)-31의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렇다면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기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중국식 탄도미사일 분류법은 우리 군과 유사하다. 단정 탄도 도탄(短程弹道导弹)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중정 탄도 도탄(中程弹道导弹)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원정 탄도 도탄(远程弹道导弹)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주제 탄도 도탄(洲际弹道导弹)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나눈다.
중국의 탄도미사일 역사의 시작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둥펑(DF)-1로 독일의 V2 미사일을 복제한 소련 R-2 미사일을 다시 복제한 기종이다. 1960년 11월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둥펑(DF)-2는 최초의 중국 자체 디자인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DF-1을 기반으로 제작을 시도했지만 시험발사에 잇따라 실패해 새로운 모델로 재개발에 들어가 1964년에 시험발사에 성공했는데 DF-2A라는 기종이다. 1966년 10월 중국 최초로 핵탄두를 장착해 시험발사에 성공해 중국이 핵보유국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탄도미사일이다. 1980년대 후반까지 운영돼다 퇴역했다.
둥펑(DF)-3는 중국 최초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외형은 소련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R-14 추소바야’와 유사하다. 둥펑(DF)-4는 DF-3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MIRV(다탄두 각개 목표 재돌입 비행체)’ 즉, 다탄두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中 ICBM 개발·실전배치 시작은 ‘DF-5’
중국 최초 ICBM의 개발 성공과 실전배치는 둥펑(DF)-5에서 시작한다. DF-5는 1만㎞의 사거리를 확보해 사실상 미국을 사정권으로 두게 됐다. 1986년에는 1만 2000~1만 5000㎞로 사정거리가 늘어난 DF-5A가 등장했다.
이외에 둥펑(DF)-10 또는 CJ-10로 불리는 지상 발사형 순항미사일, 전술 탄도탄인 단거리 탄도미사일 둥펑(DF)-11이 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둥펑(DF)-15는 개량형인 C형부터 핵탄두 운영이 가능해 20kt의 전술핵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C형의 개발 목적은 대만군의 주요 지휘시설 파괴다.
둥펑(DF)-16D은 중국이 2011년에 실전배치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대만군의 패트리엇(PAC-3)의 대량 배치를 극복하고자 개발했다. 둥펑(DF)-17은 DF-16의 개량형인 DF-16B의 추진체를 1단으로 한 극초음속 글라이더 미사일이고, 둥펑(DF)-21은 중국의 주력 준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중국의 A2·AD 전략에 핵심으로 미 해군이 가장 경계하는 미사일이다.
둥펑(DF)-25는 DF-21을 기반으로 개발한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사거리는 3000~3200㎞에 달하고, 둥펑(DF)-26은 2016년부터 실전 배치한 차량 이동형 발사 미사일로 중국에서 미국 괌 앤더슨 공군기지까지를 사정권에 둔 미사일이다.
둥펑(DF)-31은 중국 최초의 고체 연료 ICBM으로 2006년에 배치된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다. 도로에서 이동이 가능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사용하며 3단 고체 로켓을 적용했다. 둥펑(DF)-41은 중국의 가장 최신형 ICBM으로 미국의 LGM-30G 미니트맨-Ⅲ와 동급을 목표로 개발됐다. 2016년부터는 다탄두화 작업중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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