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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석학들 이탈에 비상…'연구 정년 후 교수'도 최대 200명 선발

[서울대 70세까지 연구·인력 지원]

65세 지나면 연구·강의 못해

정년 발목에 교수 이직 줄이어

대학원생 학업 지도 가능해져

교수회 "늦은감 있지만 환영"





서울대 제도혁신위원회가 정년(65세) 이후에도 70세까지 인건비와 연구공간 등을 제공하는 '정년 후 교수 제도'를 만든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우수 인력들을 서울대에 붙잡아 두기 위해서다. 긴 연구 경력을 갖춘 우수 석학들이 정년을 이유로 앞다투어 다른 대학이나 해외로 이직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교수회 등은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종신교수 인원 확대 등 전향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65세 정년이 지나면 규정상 이전처럼 지속해서 연구와 강의를 진행할 수 없다. 정년 후 명예교수가 되더라도 주당 3시간 이내 강의를 담당하며 강사료를 지급받는 수준이다. 서울대는 1997년부터 노벨상 또는 이에 준하는 국제 학술상을 수상하거나, 각 전문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하면서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룩한 교수 등을 대상으로 석좌교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통상적으로 정년 퇴임 시점까지만 임기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13명으로 구성된 석좌교수들은 정년을 짧게는 2개월, 길어도 약 4년만을 남겨두고 있다.

서울대가 이번에 마련한 정년 후 교수 제도는 △서울대 펠로우(종신교수) △연구 정년 후 교수 △교육 정년 후 교수로 나눠진다. 이 가운데 석좌교수급인 종신교수는 5년간 총 10~20명을 선발해 평생 종신교수 자격을 부여한다. 인건비는 70세까지 월 200~300만 원을 지급하고 학교와 협의해 필요 공간을 제공받고 강의와 연구는 물론 대학원생의 학업을 지도하는 지도교수가 될 수도 있다.



국내 타 대학은 이미 지속적인 연구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한 사례가 많다. 앞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61세~65세 전임 교수를 대상으로 정년 후 교수 제도를 도입하고 2023년 26명을 정년 후 교수에 임명했다. 이들은 초빙교수로 신분이 바뀌어 연구실을 제공받는 등 종전과 동일하게 연구할 수 있지만, 연구과제를 연간 3억 원 이상 수주해 스스로 인건비를 해결해야 한다. 사립대학 중에서는 지난해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가 사상 최초로 종신 교수에 임명돼 정년 없이 무기한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미국·캐나다 등에서는 교수 정년 퇴직 제도가 사실상 없고, 독일·일본 등에서도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서울대의 정년 후 교수 제도 도입이 늦어지면서 우수 연구 인력들은 이미 이탈하는 추세다. 올해 정년을 앞둔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가 중앙대로 옮겼고, 김진우 교수 등 주요 경제학부 교수 2명도 올 하반기 이후 홍콩 과학기술대 경제학과에서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대의 한 이공계 교수는 “정년 후에 연구를 지속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다른 대학을 물색하게 되지만, 이직은 장기간 쌓아 둔 네트워크를 전부 옮기는 것이어서 교수 입장에서도 피로감이 강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회는 정년 후 제도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됐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다만 매년 퇴임 교수가 100~120명 나오는 상황에서 전임 교원 수준의 대우를 받는 종신교수가 10~20명에 불과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임호준 서울대 교수조합위원장(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우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른 교수 정년은 대학의 연구 경쟁력 증진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더 많은 수의 우수 학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전향적 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평가했다. 교수회는 올 4월 ‘우수 정년교수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최대 퇴임 교수의 30%를 선별해 재임용하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현택환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는 “늦은 감이 있지만 서울대가 정년 후 교수 제도를 시작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 “30대 후반~40대 젊은 교수들도 세계 최고 연구자가 되면 정년이 없다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도 있다. 서울대 식물면역연구센터 소장인 최도일 농림생물자원학부 석좌교수는 “캠퍼스 안 공간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후배 교수들의 공간을 뺏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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