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내 정치·사회적 분열 양상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미네소타 주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과 배우자가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로스앤젤레스(LA) 사태를 비롯한 반(反)정부 시위와 군 투입 등을 계기로 미국 내 갈등이 심화하면서 급기야 무분별한 폭력 사태로 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14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주의회 하원의장을 지낸 멀리사 호트먼 주 하원의원과 그의 남편이 이날 새벽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며 “표적을 정해 놓고 저지른 정치적 폭력 행위”라고 규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용의자는 미니애폴리스 외곽 브루클린파크에 거주하는 호트먼 의원의 집을 찾아가 이들 부부를 향해 총을 쏴 살해했다. 인근 도시인 챔플린에 사는 민주당 소속 존 호프먼 주 상원의원도 같은 용의자에게 총격을 받고 부상을 입었다.
변호사 출신인 호트먼 의원은 2004년 첫 주 의원에 선출된 뒤 20년간 정계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주 하원의장을 지내는 등 미네소타 민주당 진영에서 지도자급 인사로 평가받았다. 호프먼 상원의원은 2012년 선출돼 현재 상원 인적자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미네소타주의 상원은 전체 67석 중 민주당의 지부인 민주농민노동당이 34석, 공화당이 33석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하원은 134석 가운데 공석인 1석을 제외하고 공화당과 민주농민노동당이 각각 67석, 66석을 나눠 갖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를 경찰관으로 위장한 밴스 L 보엘터(57)로 특정하고 추적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은 보엘터에 대해 현상금 5만 달러를 걸기도 했다. 용의자는 이날 새벽 총격 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향해 총격을 가한 뒤 도주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자신이 경찰관처럼 보이도록 테이저건과 배지, 장비가 달린 조끼도 착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온라인 게시물과 관련 기록물을 검토한 결과 용의자는 복음주의 성향의 목사들과 관련이 있는 인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보엘터는 자신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아프리카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경호 전문가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보엘터가 평소 기독교인으로서 낙태에 반대했고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보엘터가 버리고 간 차량에는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월즈 주지사를 포함해 키스 엘리슨 미네소타주 법무장관, 미네소타주를 지역구로 둔 소말리아 출신 일한 오마르 연방 하원의원 등 70개의 인명과 주소가 적힌 명단이 발견됐다. 명단에는 낙태 시술을 제공하는 의사, 지역 기업인들, 가족계획연맹 사무소, 보건소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극심해지자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는 주의사당 일원에 주의원들에 대한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팸 본디 법무장관과 FBI가 이 상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관련자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기소할 것”이라며 “이런 끔찍한 폭력은 미국에서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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