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건전성 적신호가 켜진 경남도민프로축구단(경남FC)이 사무국 전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년 전 고강도 혁신안을 발표하며 '민선 8기 임기 내 재정자립도 5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경남도가 지원하는 보조금에 의존하는 비율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경남FC는 지난 3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사무국 전 직원에게 업무 성과 등급에 따라 최대 150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FC가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경남FC는 2017년 2부 리그 우승과 이듬해 1부 리그 준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진출에 말컹 등 주요 선수를 매각해 약 90억 원의 이적 수익이 발생해 직원 격려 차원에서 지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성과급의 주된 이유는 '관중 동원 5위'다. 수익 구조 다변화나 호성적 등 과거 지급과는 사유가 다르다.
무엇보다 현재 경남FC의 주된 수입원은 경남도청이 지원하는 보조금 100여억 원, 도 1금고인 NH농협은행, 2금고인 BNK경남은행의 메인스폰서 후원, 창원시를 비롯한 기초 지자체 후원 등이다. 대부분의 수입원이 세금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주식회사를 표방하는 경남FC가 성과급을 지급한 데 대해 세금을 쌈짓돈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 2023년 신설해 2024년부터 시행하는 재정 건전화 규정과도 어긋나는 행보다. 당시 연맹은 모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선수단 비용 과다 지출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규정을 만들었는데, 경남FC는 이를 준수하지 못하는 실태다.
연맹은 지난 12일 재정 건전화 규정을 지키지 못한 광주FC에게 제재금 1000만 원과 선수 영입 금지 1년 징계를 내리며 경남FC와 부산아이파크가 자본잠식 상태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경남FC의 최근 3년간 매출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022년 28억 7293만 원에서 2023년 20억 9943만 원, 지난해 16억 7513만 원으로 매년 줄고 있다. 광고 수익은 11억 원에서 9억 2000여만 원으로 하락했고, 이적료 수익은 15억 7000여만 원에서 3억여 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처럼 부실한 재정 상황에서 관중 동원을 위한 노력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경남FC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제외하면 오프라인 홍보는 초등학교 축구 교실 정도에 그치고 있다. 유동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나 육교 현수막 등에서 경기를 알리는 홍보 활동도 없다. 경남FC가 소상공인과 상생하겠다는 의지로 2020년 시행한 '레드파트너' 활동도 현재는 전무하다.
경남FC 관계자는 "임금이 적어 직원 이직율이 높고 복지 정책 등이 부실해 직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으로 이사회가 의결했다"며 "타 구단에 비해 팬들이 즐길거리도 좋아 2023년과 비교해 지난해 관중은 약 14%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FC가 2부 리그에 있다 보니 매력포인트가 없어 과거 STX와 같은 메인 스폰서를 찾는 건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기 일정 홍보를 위한 현수막 게시 등은 확인 후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경남도는 지난 2023년 특정감사 후 경남FC에 대해 민선 8기 임기 내 자생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도민 의견을 듣고 구단 해체까지 검토한다는 고강도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도는 경남FC에서 도비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2024년 65%, 2025년 60%, 2026년 50%로 점차 낮춰 가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하지만 도비 보조금 비율을 보면 2023년 79%에서 지난해와 올해는 각 72%를 기록 중이다. 사실상 혁신안은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한 프로스포츠 구단 관계자는 “프로축구 입장 관중은 실제와 달리 뻥튀기도 하고 프로축구는 시·도민구단이 많아 무료 티켓도 지나치게 많이 배포된다”며 “수익구조 다변화 없이, 보조금에만 의존하는 구단의 행태가 바뀌려면 직책 구분 없이 사무국 전 직원들이 시·도민들과 협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FC는 오랫동안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 등이 지도와 교육이라는 말로 용인됐다”며 “말로만 혁신을 외치니 젊은 직원들이 전문성을 키워 구단과 함께 성장하기 보단 경험을 쌓아 이직하려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적은 성과급으로 젊은 직원들을 지키자는 것은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남FC는 2개월 이상 대표이사 공백을 겪고 있다. 지현철 전 경남FC 대표이사는 지난 3월 26일 임기 만료로 퇴임했고 박일동 경남도 문화체육국장이 대표이사 업무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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