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세관 공무원 마약 밀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이 “대검찰청은 수사 대상이기 때문에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면서 대검 합동수사팀 출범을 비판했다.
12일 백 경정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대상인 검찰이 ‘셀프 수사’를 하겠다고 나서니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백 경정 측은 대검과 서울중앙·남부지검이 ‘늦장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한다. 백 경정의 법률대리인인 이창민 변호사는 “합수팀을 지휘하는 대검 마약수사부는 검찰이 마약 사건을 최초 수사할 당시 이를 촘촘히 덮도록 진두지휘했던 곳”이라면서 “서울중앙지검은 앞서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 입국 자백을 받았는데도 추가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서울남부지검은 세관 공무원 수사 압수수색 영장을 계속 반려하며 시간을 확보해 결국 관련자들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백 경정은 “합수팀 출범 이후에 대검은 물론이고 경찰 수뇌부에서도 별다른 연락이 오지 않았다”면서 “수사에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특검에 대해서는 “공무원 신분으로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법률로 통과시킨 만큼 협조할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백 경정은 “(마약 수사가) ‘국가 운영에 부담된다’며 외압이 시작됐을 때 종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내외가 있다는 강한 의심을 받게 됐다”면서 “마약과의 전쟁을 윤 전 대통령이 선포했는데 이 수사를 막으려면 대통령이나 최소한 그 동급 인사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겠느냐”고 강조했다.
앞서 백 경정은 2023년 필로폰 74㎏를 국내에 밀반입한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을 수사·검거하는 과정에서 관세청·경찰 지휘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백 경정이 이끄는 수사팀은 그 해 9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으로부터 “밀반입 당시 세관 직원들이 도움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결과 브리핑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김찬수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이 “용산(대통령실)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브리핑 연기를 지시하는 등 석연치 않은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다. 수사 지휘 계통에 없던 조병노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이 세관 관련 내용을 지워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도 폭로했다.
이후 백 경정은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인사 발령받으며 사실상 좌천됐다. 백 경정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담한 진실을 마주하면서 동료와 신망을 잃고 배신을 겪으면서 건강도 많이 상했다”면서도 “곧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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