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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태 MGRV 대표 "월세 내면서도 악취 나는 집 살아…세입자 중심 주거혁신 이끌 것"[CEO&STORY]

불편한 점 책임지고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고객맞춤 주거 제공

기업형임대 많은 美·日처럼 '규모의 경제' 통해 비용절감 가능

임장서 계약·대출까지 앱 하나로 다 돼…룸 10만개 제공 목표

11일 조강태 MGRV 대표가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맹그로브 신촌점’ 원룸을 소개하고 있다. 권욱 기자




지방에서 나고 자란 20·30대 청년들이 대학교 진학이나 취업으로 서울에 살게 되면 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집 구하기’다. 경험이 많지 않은 낯선 동네에서 새로운 기관에 적응하는 동시에 거주할 공간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이들은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서 학교나 직장 근처 원룸 매물을 하나하나 살피며 직접 시간을 내 발품을 팔고 집 상태를 확인해야만 한다. 목돈의 보증금을 맡기고 다달이 월세를 내며 공간을 대여하는 것인데도 혹여라도 임대인과 갈등이 생길까 봐 마음을 졸이며 요구 사항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도 잦다. 산업 발전과 변화에 따라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노래를 듣고 자유롭게 현금 거래까지 하는 세상이지만 원룸 등 주거 산업은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강태 MGRV(맹그로브) 대표는 이 지점에서 문제의식을 느꼈다. 1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조 대표는 “토스나 카카오뱅크가 금융시장의 큰 흐름을 바꿨듯이 주거 산업도 고객의 요구에 맞춘 다양한 상품이 나오면 자연스러운 경쟁 과정을 통해 발전해야 하지만 그동안 변화가 더뎠다”며 “세입자로 들어오는 임차인은 주택을 이용하는 고객인데 기존 시장에서 임대인은 돈을 최대한 안 쓰면서 주거 조건을 받아들일 세입자를 구할 뿐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 본인이 세입자로 살면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오래된 소규모 단지 아파트에 월세로 거주하던 시절 창문 새시가 고정되지 않고 화장실 배수구에서 악취가 올라왔다. 샤워기 호스에서 물도 샜다. 하지만 집을 소개해 준 공인중개사는 임대인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말고 이런 것은 임차인이 알아서 고쳐서 사는 것이라고 할 뿐이었다.

조 대표는 “이사 비용을 생각하면 한번 집을 계약한 순간부터 다른 선택을 하기가 어렵고 발생하는 문제를 처리하며 사는 수밖에 없었다”며 “전세 보증금이 수억 원인데도 세입자가 계약 만료로 나갈 때 생활 흠집까지 수리하고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논리가 이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을 사용했으면 감가상각 되는 게 당연하고 해당 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빌려주려면 임대인이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임차인 돈으로 하는 셈”이라며 “주택에 대한 관점이 단순 돈벌이 수단이거나 투자 레버리지 수단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교 졸업 이후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팅 회사에 입사한 조 대표는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현실을 보며 주거 산업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건설 현장을 쫓아다니고 해외 사업 모델을 살피며 해결책을 고민하던 그의 눈에 한 가지 포인트가 들어왔다. 주로 개인 간 임대차 계약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과 달리 미국·호주·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는 기업이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조 대표는 “해외 국가의 주거 산업을 들여다보니 고도 성장기에 주택 가격이 폭등하다가 서서히 집값이 꺾이는 시점이 온다”며 “노후도가 심한 곳들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어려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고 이때 기업이 주거 서비스에 뛰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 설명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하나의 주거 서비스 기업이 127만 개의 원룸을 운영한다. 이에 더해 주택을 소유한 개인이 기업에 임차 운영을 맡기기도 한다. 그는 “임대인과 임차인·중개사가 직접 만나는 것은 서로에게 괴로운 일일 수 있다”며 “전문 기업이 위탁 수수료를 받고 운영해주면 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임대인은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투자 개념으로 소유만 하고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20대 이상 40대 이하 1인 가구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180만 가구가 있고 서울에만 이미 80만 가구가 거주한다. 조 대표는 “유학생 등 한국에 단기로 머무는 수요도 있어서 서울 내 1인 가구는 증가하고 있다”며 “맹그로브는 운영을 통해 고객을 관찰하고 니즈를 파악해 혁신적인 주거 문화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맹그로브가 제공하는 주거 서비스가 기존 원룸과 다른 점은 높아진 고객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부분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주거의 질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졌다. 노후도가 심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주택을 선호하지 않는다. 조 대표는 “예전에는 치안이 불안해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지만 요새는 머무는 공간에 대한 조건이 많아졌다”며 “맹그로브의 공간은 안전하면서 가구나 공간의 수리가 필요하거나 불편한 점이 있을 때 책임지는 주체도 명확하기 때문에 선택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거주지 이동이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이다. 원룸에 들어가면 계약 기간을 최소 2년 채워야 하고 이사가 쉽지 않지만 맹그로브는 서울 내 지점이 마련돼 있어 상대적으로 쉽게 옮겨 다닐 수 있다. 학생의 경우에는 한 학기만 계약할 수도 있다.



맹그로브 건물에 모여 사는 사람들 사이에 물건을 사고팔거나 나눠 쓰는 커뮤니티도 마련돼 있다. 또 헬스장에 따로 등록할 필요 없이 운동 기구가 마련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무료로 운동할 수 있다. 이 외에 달리기 동아리도 있고 제철음식이나 과일을 챙겨 먹는 모임도 있다. 소셜 다이닝과 요가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조 대표는 “지금은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로 예산 안에서 거주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맹그로브 서비스는 주거의 컨디션은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다양한 동네의 분위기를 소비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사항에 맞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맹그로브가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규모의 경제 덕분이다. 조 대표는 “맹그로브의 목표가 10만 개 룸 제공인데 한 호실당 월 임대료를 80만 원으로 계산하면 연간 1조 원이라는 큰 수입이 생긴다”며 “이용자가 많은 만큼 운영 비용은 규모의 경제로 절감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공간 운영 방식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 더욱 비용은 줄어들고 서비스는 편리해진다. 맹그로브 입실 계약은 홈페이지에서 이뤄지는데 원하는 지점과 조건을 선택하면 입실 가능한 방의 사진과 가격이 보인다. 중개업소에 가지 않아도 되고 집을 보기 위한 약속을 잡을 필요도 없다. 계약서도 온라인상에서 작성하면 된다.

아울러 맹그로브로 이사 들어오는 고객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출입권한을 받고 현관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등 입실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살면서 수리가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면 고쳐준다. 택배가 오면 배달 완료 사진이 앱에 올라와 확인 가능한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조 대표는 향후 앱을 통해 이사 업체를 바로 구하거나 대출 상담도 가능한 서비스 제공도 구상 중이다. 그는 “계속해서 수요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가치를 덧대다 보면 훨씬 고객 개인에 맞춰 세분화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맹그로브 주거 서비스는 인기가 좋아 대기 리스트가 있을 정도다. 즉시 입주 가능한 방이 없을 때 대기자를 예약받은 후 공간이 생기면 공지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맹그로브 전체 지점은 평균 공실의 10배 정도의 대기자가 있다. 맹그로브 숭인·신설·동대문·신촌점의 거주자 연간 점유율은 95%에 달한다. 이사 가고 들어올 때 생기는 자연 공실률을 생각하면 만석이나 다름없다.

20·30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을 타깃으로 한 대중적인 시장인 만큼 조건에 따라 보증금은 300만~500만 원 선이고 월세는 57만~100만 원 사이다. 조 대표는 “해외 사례처럼 3개월 내외의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책정했다”며 “강남이나 도심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임대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 저희는 주요 업무지구에서 대중교통으로 15~20분 정도의 입지에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근접 지역이면서 서울 3대 업무지구와 멀지 않은 동대문구와 서대문구 내 지점들이 대표적이다.

맹그로브의 공간 혁신은 사업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와 공동투자 협약을 맺었다. 맹그로브가 사업을 하면 연속적으로 투자를 받는 형태이며 1차로 5000억 원의 자본금을 받았다.

◇he is…

△1977년 서울 △고려대 교육학과 △2008년 베인앤드컴퍼니 이사 △ 2016년 HGI 최고운영책임자(COO) △2018년 MGRV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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